세계 최초 안구 이식…뇌가 빛 감지해 '역작이다'

고압선 사고로 왼쪽 눈 잃은 미국 남성…혈류정상·거부반응 없어
장기공유 연합 네트워크, 시력까지 되찾으면 획기적 성과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안구 이식 수술을 시행해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10일 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NYU) 랑곤헬스 의료진이 지난 5월 미국인 남성 에런 제임스(46)에게 세계 최초로 안구 이식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제임스는 전력선 회사에서 근무했다가 재작년 6월 고압 송전선에 얼굴을 맞아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는 이 사고로 왼쪽 눈을 적출하고 왼팔을 잃었으며, 코와 입술의 형태를 잃는 등 안면에 광범위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뉴욕대 의료진은 제임스의 안면을 재건하는 이식과 더불어 안구까지 이식하는 '이중 이식'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 30대 남성 기증자를 찾아, 21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마쳤습니다.

일반적으로 시력 회복을 위해서는 눈 앞쪽의 투명 조직인 각막을 이식하는 방법이 활용되는데, 안구와 시신경을 포함하는 눈 전체 이식은 이번이 세계 최초입니다.

수술팀은 시신경을 제임스의 시신경과 접합할 당시, 신경 복구를 촉진하기 위해 기증자에게서 나온 특수한 줄기세포를 주입했습니다.

안구 이식을 받은 에런 제임스의 수술 전후 모습 / AP=연합뉴스

뉴욕대 의료진은 제임스가 수술 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을 잘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식된 안구가 빠르게 건포도처럼 오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제임스의 왼쪽 눈은 내액이 충분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한 혈류가 양호하고 거부반응의 징후가 없다고 전해집니다.

다만, 이식 받은 안구로 사물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입니다.

수술을 집도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박사는 "우리는 시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내 생각에는 우리가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번 수술의 의미를 밝혔습니다.

제임스는 눈꺼풀을 들어 올릴 때 코 주변에서 감각을 느끼고, 눈 주변 근육도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대 안과는 제임스의 시신경은 치유되지 않은 상태지만, 눈에 빛을 비추면 뇌 신호가 잡히고 있고, 시각 생성의 한 단계인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특수 세포도 망막에 충분히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제임스는 취재진에게 "기분이 좋다. 아직은 눈 안에서 어떤 움직임이 없고, 아직 눈꺼풀을 깜박일 수 없지만 이제 느낌이 온다"며 "어디서든 시작해야 하고, 첫 번째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