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명이 1개 샤워실…폐수 버린 바닷물로 빨래" 가자지구, 위생 조건 '심각'

난민 보호시설 "이미 과밀화됐다"
위생 조건 악화·물 부족 심화, 질병 확산 위험 크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을 받는 가자지구의 보호시설에서 평균 160명이 화장실 한 개를 공유하고 폐수를 버린 바닷물에서 목욕을 하는 등 위생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9일(현지시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달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시작된 이후 전날까지 가자지구에서 피란민 150만 명이 보호시설 등으로 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영하는 난민 보호시설 149곳에는 72만 5000여 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UNRWA는 보호시설에 새로 도착한 사람들을 더는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시설이 과밀화됐다고 밝혔습니다.

시설 과밀화가 지속되자 위생 조건이 악화했고 이에 따른 질병 확산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OCHA에 따르면 UNRWA의 보호시설에서는 평균 160명이 화장실 한 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1개 샤워실은 평균 700명이 쓰고 있습니다.

물 부족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UNRWA는 대피소에 1인당 식수 1.5ℓ와 음용수가 아닌 물 3~4ℓ씩을 제공하고 있으나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물 사용 최소량 15ℓ에 턱없이 못 미치는 양입니다.

OCHA는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품 트럭에 있는 물이 피란민들이 주로 많은 가자지구 남부의 보호시설에 공급되는데 이는 가자지구 전체 주민 가운데 4%에게만 제공되는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전력 부족으로 식수를 생산하는 담수화 공장의 가동률에 제한이 생겨 평소 용량의 15% 수준으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분쟁 발생 직후 가자지구에 전력이 차단돼 현재는 비상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편 가자지구 해변의 바닷물도 폐수로 인해 심하게 오염된 상태입니다.

가자지구의 폐수 처리가 중단되면서 폐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OCHA는 바다가 오염됐음에도 불구하고 물이 부족한 바닷가 주민들은 바다에서 옷을 빨고 몸을 씻으며 살아가고 있다며 이런 관행으로 위생 조건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WHO는 지난달 중순 이후로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설사 증상을 호소한 사례가 3만 3500건 이상 나왔고 이중 절반 이상은 5세 미만 어린이들이 겪은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WHO에 따르면 무력 충돌 발생 전 가자지구 내 설사 증상 보고 사례는 월간 2000건 정도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