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동안 계속 피를 흘렸지만 ‘참으라’는 말만 들었어요. "
영국에 사는 헬렌 루이스(43)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자 갑자기 월경(생리)량이 급격히 많아졌습니다. 한 달 내내 나오다 며칠 멈췄다가 다시 한 달 동안 나오는 등 그렇게 1년 내내 고통받았습니다.
어느 날은 밤에 수건을 깔고 자도 월경혈이 너무 많아 20~30분마다 화장실에 가야 했습니다. 회사 출근은 물론 12세 딸도 보살피지 못하는 등 일상이 마비됐습니다. 결국 루이스는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고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은 루이스처럼 과도한 월경량에 힘들어하는 여성들을 조명했습니다. 이들의 진단명은 과다월경. 한 주기당 월경량이 80mL 이상이거나 7일 넘게 지속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과다월경 증상이 있으면 한 달에 약 450mL의 혈액을 잃을 수 있다고 합니다. 성인 여성 체내 혈액량(약 4500mL)의 10%를 쏟아내는 셈입니다. 이로 인해 빈혈이 생겨 숨이 차고 기절할 수 있습니다. 심하면 탈모와 출산 전후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집니다.
과다월경은 최근 흔한 병이 됐습니다. 노팅엄 대학이 지난 4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 3명 중 1명이 과다월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성들은 스스로 과다월경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에든버러 대학의 힐러리 크리클리 생식의학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월경을 참아야 하는 일이라고만 여겨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서 "어떤 게 비정상적인 월경인지조차 모른다"고 전했습니다.
과다월경의 원인으로는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식증, 다낭성난소증후군, 혈액응고장애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루이스처럼 원인이 확실히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루이스는 "담당 의사가 팬데믹과 관련된 스트레스나 호르몬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며 출혈을 멈추기 위한 약만 처방해줬는데 효과가 없었다"면서 "아무도 원인이 무엇인지 몰랐고, 그냥 참으라고만 해 매우 힘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전전긍긍하던 루이스는 결국 최근 자궁내막 절제술을 받았고 과다월경 증상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제 편하게 밖에 나가고 숙면을 할 수 있다"면서 "적절한 도움을 받기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이어 "과다월경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증상인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과다월경이 여성의 삶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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