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1950년부터 새 시대"…내년 부산에서 인류세 여부 결정
인류가 지구 환경을 바꿔놓은 지질시대를 뜻하는 '인류세'가 가장 잘 드러난 장소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크로퍼드 호수가 선정됐습니다.
CNN방송은 현지 시각 어제(11일) 35명의 지질학자로 구성된 인류세 워킹 그룹(AWG)이 투표를 통해 9개 후보지 중 퇴적물에 인류의 핵실험 흔적이 남아있는 크로퍼드 호수를 인류세 표본지, 즉 국제표준층서구역으로 선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는 인간의 활동이 세상을 얼마나 많이 변화시켰는지를 반영하기 위한 개념으로,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 처음 제안해 학계에 확산됐습니다.
크뤼천은 과도한 산업화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핵개발로 생성되는 방사성 물질 등으로 지구환경이 현재의 홀로세(Holocene)와 크게 다른 새로운 지질시대에 들어섰다며 이를 인류세로 부르자고 주장했습니다.
인류세를 새 지질 시대로 도입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2009년 출범한 AWG는 2016년 인류세 시작점을 핵무기 실험이 시작된 1950년 무렵으로 잡기로 정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인류세 단위를 ‘세’(epoch)로 규정할지, 홀로세에 속하는 하나의 ‘절’(age)로 규정할지를 놓고 투표를 한 바 있습니다.
지질학계는 지구의 역사를 누대(eon)-대(era)-기(period)-세(epoch)-절(age)로 구분하는데, 지금 시대는 ‘현생누대-신생대-4기-홀로세-메갈라야절’입니다. 홀로세는 1만17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이후 현재까지의 시간을 가리킵니다.
AWG 위원장을 맡고 있는 콜린 워터스 영국 레스터대 명예 교수는 “80억 명의 인구가 모두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그 결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새로운 지구의 상태로 진입했으며 이는 새로운 지질 시대로 정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WG는 인류세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표본지 후보로 일본 규슈섬 벳푸만 해양 퇴적물, 캐나다 온타리오주 크로퍼드 호수 진흙층, 호주 플린더스 산호해 산호, 발트해 고틀란드 분지 해양 퇴적물, 남극 팔머 빙핵 얼음,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빌호 퇴적층, 중국 지린성 쓰하이룽완 호수 진흙, 폴란드 수데테스산맥 늪지 토탄, 멕시코만 웨스트 플라워가든 뱅크 산호 등을 검토해왔습니다.
워터스 교수는 후보지 중 한 곳을 고르는 것이 매우 어려웠고 투표가 박빙이었으나 특히 크로퍼드 호수의 퇴적물이 인류세의 시작 시점을 정확히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크로퍼드 호수 지층에서 채취된 퇴적물에는 플루토늄과 같은 핵폭탄 실험의 지구 화학적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크로퍼드 호수는 면적 2.4㏊로 큰 편은 아니지만 깊이가 24m에 달합니다.
AWG는 올여름 국제층서위원회(ICS) 산하 제4기층서소위원회에 인류세를 공식화하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소위원회에서 60% 이상의 찬성을 얻은 뒤 ICS에서 60% 이상의 찬성표를 얻으면 비준을 위한 절차가 개시됩니다.
인류세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년 8월 부산에서 개최될 세계지질과학총회에서 나올 전망입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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