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지지율로 곤욕을 치르는 칠레 대통령이 고향을 찾아 미끄럼틀을 타다 끼여 발버둥 치는 모습이 공개돼 망신살을 샀습니다.
현지 매체는 정치적 위기를 맞은 대통령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1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매체 La Nacion, infobae 등 외신은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미끄럼틀을 타다 끼여 발버둥 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보리치 대통령은 지난 7일 선거 관련 일정을 위해 자신의 고향인 푼타 아레나스에 방문했다가 동네 놀이터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지붕처럼 위에 보호대로 덮인 형태의 미끄럼틀을 타고 중간쯤 내려오다 몸이 끼여 10여 초간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발버둥만 쳤습니다.
당시 옆에 있던 영부인 이리나 카라마노스(33)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미끄럼틀에 끼인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 영상=infobae 캡처
이 모습은 당시 놀이터에 있던 한 시민이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이후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사용되며 화제가 됐습니다.
일부 주민은 보리치 대통령이 잠시 갇혔던 미끄럼틀 맨 아랫부분 이음새가 파손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칠레 야당은 "대통령이 체통을 지키지 못하다 아이들 놀이기구까지 망가뜨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요하네스 카이세르 하원 의원은 "대통령에게 수리 비용을 청구하고, 그 결과를 정식으로 보고하라"고 자치단체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보리치 대통령은 만 37세로 2021년 대선에서 승리한 세계 최연소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최근 헌법위원회 선거에서 야당에 참패하는 등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스페인어권 매체인 '레트라스리브레스'는 30%대 낮은 지지율과 헌법위원 선거 참패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보리치의 현재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보리치 정부와 좌파 집권당은 이번 헌법위원회 위원 선거에서 우파(51석 중 34석 차지)에 대거 자리를 내줬습니다.
지난해 의욕적으로 추진해 제정한 진보적 성격의 헌법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데 이어 이번 선거 결과로 보리치 대통령은 사실상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30%대 중반에서 반등할 기미를 보이던 지지율 역시 다시 내리막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미끄럼틀 파손과 관련해 클라우디오 라도니치 푼타아레나스 시장은 "부서진 게 아니라 부품만 갈아서 끼면 되는 상황"이라며 3천 칠레 페소(5천130원)를 들여 나사 6개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보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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