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병의 허세', 큰 논란을 초래한 미국의 최근 기밀유출 사태의 범행 동기는 이렇게 귀결되고 있습니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관해 과거와는 본질적으로 비밀 정보의 유출 의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시의성과 향후 파장에도 차이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체포된 기밀유출 용의자는 21세 잭 테세이라.
미국 공군 주방위군에 2019년 9월 입대한 일병입니다.
통신망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아 왔습니다.
미 기밀문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로고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테세이라는 자신이 운영하는 디스코드 대화방의 운영자로서 어린 10대 회원들에게 고급 정보를 뿌려 선지자처럼 추앙받았습니다.
기밀은 대화방 회원 20여 명을 상대로 그렇게 골목대장 놀이를 즐기던 겁니다.
그 과정에서 기밀이 밖으로 유출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2013년에도 국가 기밀유출 사태가 있었는데, 당시 범인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에드워드 스노든였습니다.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감시 프로그램 '프리즘'(PRISM)을 통해 자국민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한다고 폭로했습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가 완연해지면서 발달한 기술, 정부의 빅브러더식 감시체계가 몰고 온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종이었습니다.
육군 일병이던 브래들리 매닝이 2010년 미국 국방부 전산망에서 기밀을 빼돌려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보낸 사건도 있었습니다.
매닝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 등에서 드러난 미국 우선주의에 분노해 기밀을 유출한 만큼 테세이라와 차별화됩니다.
체포되는 기밀 문건 유출 피의자 잭 테세이라 / 사진=노스다이튼 미 매사추세츠주 AP 연합뉴스
테세이라가 폭로한 문건은 100여건 정도로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에 국한됐습니다.
광범위한 정보가 대량으로 공개된 다른 문건 유출 사태와 차이점이 부각됩니다.
하지만 이번에 유출된 문건은 현재 세계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근접한 시점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파급력이 폭발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포탄 33만발의 운송 일정표, 우크라이나 방공망 지도 등은 40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한 관리는 "2급 비밀이나 1급 비밀 문건이 '싱싱하다'는 얘기는 향후 작전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다"라며 "그 때문에 노출의 타격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스노든이나 매닝의 문건과 달리 테세이라 문건은 실질적인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을 높여 주목됩니다.
이를테면 테세이라 문건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을 위해 미국이 적시에 제공한 정보와 물자 등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돼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겁니다.
러시아군으로서는 그간 자국군을 들여다본 미국의 정보망이 노출된 까닭에 역으로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 정보당국의 한 고위관리는 NYT에 "악몽 같은 사태"라고 평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실버라도 정책연구소의 드미트리 알페로비치 대표는 "러시아군이 자국군 작전 계획을 미국이 어떻게 수집하는지 알게 될 수 있다"며 "여러 방식으로 타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테세이라 문건은 미국이 하루하루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며 전쟁에 얼마나 깊이 개입하는지 보여주는 물증인 까닭에 확전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밀 유출 용의자 잭 테세이라 / 사진=AFP 연합뉴스
이번 테세이라 문건에는 외국 정부에 대한 도·감청을 통해 수집된 것으로 의심되는 불편한 정보들이 포함됐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나 한국 고위관리들을 비롯한 동맹국 인사들에 대한 정보에 '신호정보' 표식이 있던 겁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노든 사태 때보다는 미국 동맹국들의 반발 방식이 덜 거칠다는 점이 차이점으로 관측되기도 합니다.
NYT는 "2013년과 달리 미국 동맹국들이 명백한 스파이 활동을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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