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는 윗집 남성…태국서 승려 생활하다 약물 과다로 사망
미국 경찰이 끈질긴 수사 끝에 반세기 만에 미제 살인사건을 해결했습니다. 결정적 단서는 무려 52년 전에 수집한 담배꽁초의 DNA였습니다.현지시간 어제(22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버몬트주 벌링턴 경찰은 1971년 7월 살인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담배꽁초에서 DNA 증거를 분석, 용의자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사건 피해자는 24살 교사로 자택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격렬하게 저항하다 숨진 모습이었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했지만, 과학수사 기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의 초기 수사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수십 년이 흘렀지만 경찰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2014년 현장 증거물의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고, 분석 결과 사건 현장의 시신 옆 담배꽁초에서 누군가의 DNA를 찾아내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사법당국이 구축한 DNA 데이터베이스에는 일치하는 DNA가 없었습니다.
경찰은 2019년 이 사건을 마치 새 사건처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사설 유전자 검사업체와도 계약을 맺으면서, 사설 기관에 등록된 민간인의 유전자 정보까지 대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계약이 결국 결정타가 됐습니다.
이 업체에 등록된 데이터베이스에서 담배꽁초의 DNA와 매우 가까운 유전자 정보를 발견, 추적한 결과 용의자의 신원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용의자는 피해자의 아파트 윗집 남성 윌리엄 드루스(사건 당시 31세)였습니다.
살인사건 피해자 리타 커런의 남자형제가 21일 벌링턴 경찰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드루스는 피해자가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날 밤 아내와 다툰 뒤에 머리를 식힌다며 산책하러 나갔다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범행 후에는 아내에게 자신의 외출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부인은 그 말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이후 그는 살인자의 정체를 숨긴 채 태연하게 태국으로 건너가 승려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그가 30여년 전 이미 숨졌다는 점이었습니다. 경찰은 드루스가 미국에 귀국한 뒤 1986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윌리엄 드루스가 악질적인 살인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확신하지만, 그가 사망했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사건을 종결한다"고 말했습니다. 사건 발생 52년 만이었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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