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경찰 의도적으로 증거 숨겨...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 입증조차 안 돼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가 1966년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맬컴 X' 암살 용의자 2명에게 2천600만 달러(약 372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의 흑인 민권 운동가인 맬컴 X는 1965년 뉴욕의 한 행사장에서 연설을 준비하던 중 산탄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당시 미 수사당국은 사건 직후 맬컴 X와 관계가 좋지 않던 무하마드 아지즈(84)와 칼릴 이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고, 결국 이들은 1966년 재판에서 종신형이 선고됐습니다.
두 용의자는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입증되지 않았으나 재판에서는 무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만약 뉴욕 경찰이 숨긴 증거를 배심원단이 봤더라면 무죄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결국 무하마드는 20년 가까이 복역하다 1985년 석방되어 현재 84세 노인이 됐습니다. 칼릴 역시 1987년 풀려났으나 2009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반세기 넘게 '결백' 이야기가 끊이지 않던 이 사건은 2020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재조명됐습니다.
결국 뉴욕 맨해튼 연방 검찰은 사건을 재수사했고 22개월간의 검토 끝에 지난해 "과거 연방수사국(FBI)과 뉴욕 경찰은 무하마드 및 칼릴이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를 숨겼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누명을 벗은 이슬람의 유족과 아지즈는 뉴욕주와 뉴욕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뉴욕주는 뉴욕시에 앞서 각각 500만 달러(약 71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이어 뉴욕시도 2천600만 달러(약 372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뉴욕시는 보상금에 대해 "역사적 인물을 암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수십 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던 피해자들에게 이번 합의는 일정 부분 정의를 회복한다는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합의금은 이슬람의 유족과 아지즈에게 절반씩 나눠 지급될 예정입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won29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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