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등 핵심산업에서 미국의 세금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제안보 드라이브에 대규모 미국 투자를 진행중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인텔 신규 반도체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행정부에 세금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집중할 것을 신신당부했다"며 "우리는 세금을 지원받는 기업들이 공급망을 훼손하는 중국에 투자하지 않도록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은 안보의 문제"라며 "우리는 힘을 가졌다. 기업들이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연방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달 9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해 공포한 반도체산업육성법에는 미국의 보조금과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 조항이 포함돼 있어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전방위 중국 견제를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에 지원금 회수 등 구체적 조치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실제 이같은 조치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특히 삼성전자 등이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데다 반도체 산업 자체의 전후방 효과가 광범위한 만큼 이후 정책 방향에 따라 국내 산업을 비롯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산이 아닌 전기차는 미국 정부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게돼 현대차 등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비상이 걸린바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반도체를 바로 이곳 미국에서 생산해 원가를 낮추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며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 전 세계가 반도체 설비를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 리더들은 (투자 대상 지역으로) 미국을 선택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미국이 돌아왔고 산업을 선도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인을 만나, 왜 거액을 미국에 투자하느냐고 물었다"면서 "그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이고, 가장 우수한 노동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미국 노동절인 지난 5일 연설에서도 동일한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의 미래를 건설하고 있으며, 미래의 미국은 미국 노동자가 미국 공장에서 만든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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