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곤봉으로 때리고 머리채를 잡은 채 끌어당긴다. 곳곳에서 여성의 비명이 들리는 곳은 다름아닌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아시르주 카미스 무샤트의 한 보육원.
이처럼 남성들이 여성들을 집단 구타하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와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BBC방송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아시르주(州) 카미스 무샤트의 한 보육원에서 경찰복과 사복을 입은 남성 여러 명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집단 구타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이 무차별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집단 구타가 발생한 정확한 시점과 구타의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사우디 매체는 영상 속 경찰 중 한 명이 카미스 무샤트 경찰서장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사우디 인권단체 ALQST는 여성들이 보육원의 열악한 시설과 인권 침해에 항의하자 공권력이 보복성 구타를 했다고 이 영상의 첫 SNS 게시자를 인용해 전했다.
여성 인권이 열악한 사우디에서는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당하거나 가족 구성원에게 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육원 등 보호시설로 보내지는 경우가 많다.
사우디는 남성 후견인 제도를 통해 남성에게 여성 친족의 삶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31일 아시르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 정부 조사가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유럽사우디인권기구(ESOHR)는 이날 성명에서 "이전에도 요양원 등의 기관에서 구타를 당한 여성들이 비슷한 침해 행위를 신고했지만, 위반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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