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이 작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러시아 기자를 노린 페인트 공격의 배후를 러시아 정보기관으로 특정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이 소식통은 WP에 "러시아 정보 요원들이 지난 7일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장 드미트리 무라토프(60)를 노린 공격을 획책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보안 사안이라는 이유로 판단 근거는 언급하지 않았다.
무라토프는 지난 7일 모스크바에서 사마라로 기차를 타고 가던 중 붉은 페인트 테러를 받았다. 정체불명의 한 남성의 소행이었다. 갑작스러운 붉은 페인트 테러에 무라토프는 얼굴과 상반신, 팔 등에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썼고 침대칸도 붉게 물들었다.
다음날 러시아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과 연관된 인물인 30대 남성 한 명을 체포했으며 공범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인물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체 조사에 나선 노바야 가제타는 체포된 인물이 직접 페인트 공격을 가한 남성이 아니라며, 그가 현장에서 카메라로 범행 장면을 촬영했던 공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우파 성향의 재향군인 단체를 운영한 이력이 있다며 니콜라이 트리포노프(41)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정부에 비판적 언론인이 이 같은 '묻지마 공격'의 표적이 돼 왔다. 실제 무라토프가 운영하는 신문사에서도 여기자 2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이런 공격이 계속되는 데다 당국까지 압박하자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신문 발간을 일시 중단한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무라토프는 1993년 마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함께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설립했으며, 1995년부터 현재까지 편집장을 맡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온 그는 독재에 맞선 노고를 인정받아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함께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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