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아동을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적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페루 정부는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일(현지시간) 펠릭스 체로 페루 법무장관은 "미성년자 성폭행범에게 성 충동을 억제하기 위한 특수 의료조치를 가하는 방안을 내각회의에서 승인했다"며 곧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도 "화학적 거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안디나통신은 성폭행으로 징역 15∼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자들이 성 충동 약물치료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페루 정부가 성범죄에 강경 대응을 하게 된 것은 최근 벌어진 '페루판 조두순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페루 치클라요에서 48세 남성이 부모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3세 여아를 자가용으로 납치해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나 사회에 충격을 줬다. 아이가 사라진 것을 알아챈 부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CCTV를 통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이튿날 용의자의 집에 들이닥쳐 손발이 묶인 채로 실신해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용의자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이후 페루 전역에서 공분이 들끓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범인의 집에 불을 지르고, 범인에게 사형이나 종신형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범인을 '치클라요의 괴물'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페루 정부는 범인을 엄중하게 처벌하고, 피해자와 가족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페루에서는 지난 2018년에도 미성년자 성폭행범에 대한 화학적 거세가 논의됐으나 의회에서 무산됐다. 화학적 거세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폴란드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화학적 거세를 선고받은 수감자에게는 통상 형기 종료 또는 면제로 석방되기 두 달 전에 성 충동 억제 약물 투약이 이뤄진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화학적 거세가 집행된 사례는 김선용이다. 김선용은 지난 2015년 8월 돌발성 난청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한 대학병원에서 감시직원과 의료진들을 따돌리고 도주했다. 김선용은 당시 특수강간으로 징역을 선고받고 공주치료감호소에 수감돼 있던 상태였다. 김선용은 공개수배가 떨어지자 자수했다. 법원은 징역 17년과 성충동 약물치료 7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공개·고지, 치료감호 처분 등을 명령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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