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인 내달 9일에 맞춰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CNN은 러시아가 5월 초까지 돈바스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장악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며 미 정보당국자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를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고, 그 대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5월 9일은 러시아가 2차 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격파한 승전기념일 행사를 해마다 치르는 날이다. 이날에는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행진·행사가 열리는 등 각종 기념식이 거행된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안보위원회 서기 또한 "5월 9일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의 승리 퍼레이드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지난달 31일 밝힌 바 있다.
분쟁의 핵심 지역인 돈바스 일대에서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남부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이에 자극받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독립을 주장하며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수립했다.
이후 이 지역에서는 8년 이상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세력 간 교전이 지속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크림반도 병합 8주년 행사에서 이번 침공이 돈바스 지역 러시아계 주민에 대한 '대량학살'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측 첩보에 따르면 5월 시간표가 제시되는 데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러시아군의 작전 수행이 어려워진 점과 침공 장기화로 러시아군이 교전 지역을 계속 장악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러시아가 축하 행사를 하는 것과 관계없이 실제 승리까지는 멀었다는 관측이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유럽의 한 국방 당국자는 "전쟁이나 평화협상 상황과 관계없이 푸틴 대통령은 5월 9일에 승리 퍼레이드를 할 것"이라며 "하지만 (대부분 병력이 교전 지역에 투입된) 무슨 부대와 차량으로 승리 퍼레이드를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당국자들은 또 러시아가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러시아가 지난 1990년대 체첸 침공 때와 같은 장기전을 준비 중이며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