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태닉호 침몰 당시 남자들이 어린이와 여성을 먼저 대피시켰다는 이야기는 과장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타이태닉호 침몰 사건의 전문가이자 작가인 클라에스-고란베터홀름이 이 난파선의 전시회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베터홀름은 "사고 당시 마지막 구명정을 타고 살아난 이들 가운데는 남자들도 적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출신인 베터홀름은 이번 전시회 큐레이터이기도 하다. 그는 케이트윈즐릿과 리어나도 디캐프리가 주연한 블록버스터 영화 '타이태닉'을 언급하면서 "영화 덕분에 세계인들이 110년 전 사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할 이야기가 많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타이태닉호는 길이 269m, 높이 20층으로 건조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다. 하지만 지난 1912년 4월 14일 반파 사고로 2200여 명의 승선자 중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를 포함한 1500명이 사망했다.
베터홀름은 여자와 어린이의 대피 이야기 등 '신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 비극적인 사건을 반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는 배에 탑승한 남성들이 여성들과 아이들을 먼저 구명정에 태우며 구조 작업을 했던 것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베터홀름은 당시 여자와 어린이를 구명정에 먼저 태우라는 선장의 명령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우현에 있던 일등 항해사 윌리엄 머독이 먼저 대피하면서 남자들이 구명정에 타는 것을 제지하지 못했으며, 생존한 323명의 남자 가운데 80%가 이곳 구명정을 타고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편에 있던 이등 항해사 찰리 라이톨러는 여자와 어린이를 먼저 태우라는 선장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따라 65명이 탈 수 있는 구명정에 고작 28명만 태우고 남자들을 배에 둔 채 떠났다.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영화 `타이타닉` 스틸]
당시 타이태닉호에 타고 있던 사람은 모두 2208명으로 생존자는 단 695명이다.또, 베터홀름은 승객들의 국적에 대해서도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영화와 달리 승객은 백인 위주가 아닌 시리아, 레바논 등지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아랍인들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승무원 중 이들의 비율은 다섯 번째로 많았으며, 이들은 프랑스 북부 셰르부르에서 합류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타이태닉호 승객과 승무원들이 가지고 있던 소지품 200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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