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반영' 조건으로 2300억 쾌척
폴 골드버거 "기숙사로 치장한 감옥"
폴 골드버거 "기숙사로 치장한 감옥"
억만장자 찰스 멍거(97)가 한 대학교의 기숙사 건립 비용으로 2억 달러(약 2천300억 원)를 기부하고도 비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등에 따르면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UCSB)은 이달 초 멍거가 참여한 11층짜리 기숙사 건물 '멍거 홀'의 설계를 승인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멍거가 설계한 새 기숙사 방에 창문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학은 "압도적으로 놀랍다. 훌륭하고 저렴한 주거 공간"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학교 안팎에서는 여러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건축가 데니스 맥패든은 설계 승인에 항의하는 의미로 아예 사퇴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학 측에 보낸 서한에서 "학생들을 11층 건물의 창문도 없는 작은 방에 쑤셔 넣는다. 전적으로 인공조명과 기계식 환기에 의존해야 한다"며 "건축가로서, 부모로서, 한 인간으로서 멍거 홀의 기본 콘셉트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의 불만도 큽니다. 한 학생은 '멍거 홀'을 독방으로 표현하면서 "학생들이 우울증에 걸려 자해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건축 비평가인 폴 골드버거도 "기괴하고 역겨운 농담 같은 설계"라며 "기숙사로 가장한 감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멍거는 "이 기숙사는 그 어떤 다른 대안보다도 잘 작동할 것"이라며 "방에는 '가상 창문'이 설치될 것이다. 학생들이 손잡이만 돌리면 인공조명을 조절할 수 있다. 낮 시간대나 해질녘 시간이 방에 펼쳐진다. 살면서 태양 빛을 조절해 봤나. 여기선 그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학교 측도 비판과 관계 없이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멍거는 기숙사 건립 프로젝트에 2억 달러를 기부하는 대신 자신의 설계를 반영하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기숙사의 총 건립 비용은 약 1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해당 기숙사는 2025년 개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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