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침입 시도한 남성 3명 사살 후 굴삭기에 매달아
소수민족 하자라족 학살 의혹도 제기
소수민족 하자라족 학살 의혹도 제기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공포 정치 부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탈레반이 이번에는 범죄 용의자라는 남성 세 명의 시신을 굴삭기에 공개적으로 매달아 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말라위 시르 아마드 무하지르 헤라트주 부지사는 세 남성이 주내 오베지구의 한 주택에 무단으로 침입하려 하다가 집 주인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세 남성의 시신은 굴삭기 두 대의 각 버켓 부분에 매달려 공중으로 띄워졌고, 그 밑에는 사람들이 모여 시신을 구경했습니다. 이 모습이 담긴 사진은 SNS를 통해 퍼져 나갔고, 이에 국제 사회는 탈레반이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강압적으로 통치했던 공포 정치가 다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통치 기간 중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강도는 손을 자르고, 간통한 자들은 돌팔매질을 하는 등 가혹한 방식으로 시민들을 다스린 바 있습니다.
지난 달 25일에도 탈레반은 헤라트주에서 한 사업가와 그의 아들을 납치한 남성 네 명을 사살한 뒤, 이들 시신을 중앙 광장에서 기중기에 매단 채로 공개했습니다. 탈레반은 납치 피해자들은 무사히 구조됐으며 다른 범죄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시신을 광장에 걸어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헤라트주 중앙광장에 매달린 남성의 시신/사진=AP통신
최근에는 탈레반이 아프간 중부의 다이쿤디주 카호르 마을에서 시아파 소수민족 하자라족 주민 13명을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는 탈레반이 하자라족 주민 13명을 학살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반군에 항복한 아프간 정부군 11명을 포함한 주민들이 탈레반에게 잔혹하게 희생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주민에는 17살 소녀 등 민간인도 포함됐다고 전해졌습니다.
앰네스티는 지난 7월에도 탈레반이 가즈니주에서 하자라족 민간인 9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탈레반이 아프간 장악 과정에서 바미안주에 있던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을 파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하자라족은 아프간 전체 인구의 9%를 차지하는 민족이지만, 전체 인구의 42%를 차지하는 주류 민족 파슈툰족의 탄압을 받아왔습니다. 이는 이슬람 내 수니파와 시아파 계열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야기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01년 1월, 탈레반은 바미안주의 한 마을에서 하자라족 300여 명을 집단 학살하고 하자라족 종교 지도자들을 투옥하고 여성들을 납치했습니다. 이에 몇만 명에 해당하는 주민들이 산 속으로 은신하고 일부는 국경을 넘어 난민으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이번에도 탈레반이 하자라족을 대상으로 한 학살을 시작하자 하자라족 주민은 파키스탄 등 인근 지역으로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아프간 재장악 당시 여성, 소수자 등의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국제사회에 단언한 탈레반은 약속과 사뭇 다른 통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부는 모두 남성들로만 구성됐고, 여성들의 교육·근로권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게 됐습니다. 이에 여성들은 최근 허가 받지 않은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폭압적으로 대응하는 탈레반의 탄압을 피해 실내에서 "교육은 권리이다"를 외치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는 아프간 내 기본적인 인권 관련 고비가 임박했다며 5살 이하 아동들이 심각한 영양 부족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오마르 아브디 유니세프 부국장은 카불 내 어린이 병동을 방문했을 때 "수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릴 것이고, 겨울이 오고 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된다면 사회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탈레반의 공포정치가 심화되는 가운데, 수많은 국제 인권단체들과 국가 당국들의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jihye613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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