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 가족을 인질로 삼아…2살 아기도 잡혀 있어
유엔 "쿠테타 이후 군부에 구금된 모든 사람의 석방 촉구"
유엔 "쿠테타 이후 군부에 구금된 모든 사람의 석방 촉구"
아빠 대신 미얀마 군인들에게 끌려갔던 5세 소녀가 풀려났습니다. 행방이 묘연한 지 18일 만입니다.
소녀는 감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직 풀려나지 못한 이들도 수두룩입니다.
미얀마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만달레이주 모곡의 한 마을에 살던 5세 수텟위네는 지난달 13일 엄마와 언니와 함께 군인들에게 체포됐다가 지난달 30일 풀려났습니다. 안타깝게도 함께 수감된 엄마와 언니는 풀려나지 못했습니다.
군부 쿠데타 이후 파업한 교사이자 마을의 시위 지도자로 수배령이 떨어진 아버지가 집에 없자 군인들이 가족을 인질로 삼은 겁니다. 소녀는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은 구금되어 있었던 지난달 28일 감옥에서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변기 물로 몸 씻어"…구금 기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소녀는 석방된 뒤 숨어있던 아빠와 재회했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구금 기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녀의 아버지는 "감옥에 있는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하고 변기 물로 몸을 씻었다고 들었다"며 "활기 넘치던 아이가 지금은 모든 일에 무심한 모습"이라고 현지 매체에 딸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어 "아이가 '할머니 수(아웅산 수치 국가고문)는 풀려났냐'고 물었는데, 그렇지 않다고 답하자 다시 넋이 나간 듯 우울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소녀의 아버지는 딸이 수치 고문 초상화를 들고 반군부 시위 선봉에 선 과정도 설명했습니다.
"쿠데타 초기 가두 시위는 안전하다고 여겼고, 딸이 자신을 시위에 데려가지 않으면 곧 울음을 쏟아낼 것 같았다"는 겁니다. 이에 소녀의 오빠와 큰언니도 아버지와 함께 숨어있었습니다.
시위 주동자를 체포하지 못한 군경이 가족을 인질로 삼는 일은 현재 미얀마에서 관행이 된 상황입니다. 심지어 2살 아기도 인질로 잡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군부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가족을 대신해 구금돼있는지 아직까지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 많아
미얀마 군부는 소녀가 석방된 지난달 30일 시위 주동자와 언론인 등 약 2,296명을 풀어주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군정 안정, 유화 정책 과시 등 대내외 홍보용으로 해석됩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가 집계한 시위 관련 수감자 수가 5,224명인 걸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게다가 풀려난 이들은 수감 기간 겪은 고문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속속 폭로하고 있습니다.
한편 유엔은 현지시간 지난 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수치 고문 등 쿠데타 이후 군부에 구금된 모든 사람들의 석방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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