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올해 초 코로나19에 확진됐던 아이 넷을 키우는 42세 물리치료사가 정신병력이나 가족력이 없는데도 "아이들을 죽이고 자신의 목숨도 끊어라"라는 환청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담당 의사인 히잠 구엘리는 "그녀의 증상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지는 여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그녀를 포함해 건강한 정신 상태를 가졌던 일부 확진자들이 그녀와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구엘리에게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왜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지 모르겠다"라면서 "목소리가 '아이 중 한 명을 차에 치여 죽게 만들고 다른 한 명은 목을 자르라'고 했다"고 증상을 설명했다.
구엘리는 "그녀는 마치 영화 '킬빌'을 찍는 것 같았다"면서 "그녀에게서 발견된 특별한 점은 단지 올해 봄 코로나19에 걸렸었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쿠엔틴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은 복수를 담은 영화로 칼로 머리를 자르는 등 잔인한 칼부림 장면이 담겨져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와 관련, "일부 코로나19 환자에게서 확진 후 몇 주 뒤 이상한 환청이 들리는 증상이 나타났다"는 다른 의사들의 치료 경험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는 가정부와 뉴욕시에 근무하는 확진자들은 각각 "아이 세 명이 모두 납치당할 것", "너의 사촌을 죽여라"라는 환청을 들었다.
영국에서도 올해 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편집증 증세를 겪는 환자가 발생했다고 NYT는 전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같은 극도의 정신 이상 증세는 코로나19 확진자 일부에게만 발현되고 있다"면서도 "이들이 겪고 있는 증상도 코로나19의 부작용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올해 봄 코로나19에 감염돼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던 5명 중 1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 PTSD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정신적 외상)를 경험한 후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을 말한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KD) 소장은 지난달 24일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숨가쁨, 피로감 등 잘 알려진 후유증 외에 수면장애, 멍한 머리, 집중력 저하 등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cap@mkinternet.com / 최유빈 매경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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