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방송매체인 케이블TV의 중국뉴스 담당 직원들이 갑자기 해고를 당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2일 홍콩 현지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의 유명 방송매체인 케이블TV 중국뉴스팀 기자와 편집인 등 40명이 지난 1일 모회사인 i케이블 경영진의 해고 결정으로 직장을 잃게 됐다. 갑작스러운 중국뉴스팀 해고 조치에 분개한 다른 팀 동료들이 2일 추가로 집단 사표를 제출하면서 퇴사자 규모는 100명에 이르고 있다.
현지 언론은 케이블TV 경영진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영사정 악화를 이유로 1300여명의 직원 중 예고없이 중국뉴스 담당 기자들과 편집인을 퇴출시킨 것은 중국 본토와 캐리람 홍콩 지도부에 대한 언론의 비판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조치라고 보도하고 있다.
특히 해고 조치를 당한 뉴스팀은 그간 홍콩 특별행정부와 중국 본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용기있는 비판 보도를 해온 '뉴스 랜싯'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현지매체들은 "뉴스랜싯은 홍콩에서 가장 신망 받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중 하나로, 팀 전체가 졸지에 해고 대상이 된 건 명백한 언론탄압"이라는 해고 직원들의 목소리를 조명하고 있다.
홍콩기자협회도 즉각 비판 성명을 내고 홍콩 최대 방송매체인 케이블TV가 코로나19를 이유로 특정 뉴스팀을 해고하는 조치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최초 40명 해고 발동 뒤 사내 퇴사 인원 확산과 외부 비판에 직면한 경영진은 이날 추가 성명에서 "이번 정리해고는 정치적 문제와 관련이 없는 순수한 경영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언론탄압이라는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미 소셜미디어(SNS) 상에서는 케이블TV 회사 로고 안에 중국 공산당 문양 등을 넣어 중국 본토의 입김이 개입됐음을 알리는 이미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 발효 후 지난 8월 중국에 비판적인 매체인 홍콩 빈과일보를 창간한 지미 라이가 전격 체포되고 신문사 사옥에 경찰이 진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던 사례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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