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의 '게임체인저'가 될 백신 개발 레이스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현지시간으로 어제(11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는 깜짝 발표를 내놓은 것이 전세계 백신 개발 현황에 대한 관심을 한층 더 높인 모양새입니다.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로 명명된 러시아의 첫 백신은 8월 말이나 9월 초에 1순위인 의료진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판될 예정이라고 타스 통신이 전했습니다.
3상 임상시험을 건너뛴 러시아보다 앞선 단계에 있는 다른 나라들의 백신도 적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50개 이상으로 이 중 26개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선두권에는 미국, 중국, 영국의 주요 제약사들이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 중인 미 바이오기업 모더나,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손잡은 미 대형제약사 화이자는 지난달 27일 동시에 각각 3만 명 규모의 3상 임상시험에 착수했습니다.
신약 시판 전 최종 검증 단계로 여겨지는 3상 시험을 통과하면 보건당국의 승인을 거쳐 백신을 곧 시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르면 연말에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이르면 10월까지 보건당국 승인을 받아 연말에 1억 회 투여분을 공급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 이노비오 등 초기 임상시험을 진행한 다른 미 제약사도 많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조만간 3상 시험으로 넘어갈 수 있을 전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일명 '워프스피드' 작전을 통해 백신 연구개발 지원과 백신 물량 선주문에 80억 달러(약 9조5천억 원)라는 거액을 쏟아부은 것도 신속 개발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개발'을 은근히 압박하고 있어 완성 시기가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개발 속도는 중국 기업들도 뒤지지 않습니다. 러시아처럼 파격적인 국가 차원의 도움을 받는다면 미국 이상으로 빠른 결과물을 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시노백 생물유한공사와 함께 지난달 21일 코로나19 백신 3상 시험에 들어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부탄탕연구소의 지마스 코바스 소장은 지난 6일 하원에 출석해 "10월 중에 코로나19 백신을 보건당국에 정식으로 등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노백은 브라질 외에 인도네시아에서도 최근 3상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이밖에 중국 국유 제약회사인 시노팜(중국의약집단) 역시 지난달 중순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이달 바레인에서 각각 3상 시험에 돌입했습니다.
전통의 '제약 강국'인 영국 기업들도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함께 백신 개발에 나선 아스트라제네카는 초기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조만간 3상 시험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프랑스 사노피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실험용 백신을 9월부터 임상시험할 예정입니다.
다만 백신 성공을 통해 코로나19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각국 정부의 열망이 지나쳐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무리하게 연내에 승인할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또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최근 미 브라운대 세미나에서 "아직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다"면서 "50%가 될지 60%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CNBC 인터뷰에서 "면역은 12개월에서 18개월가량 지속할 수 있다"며 "매년 백신 접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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