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총영사관 폐쇄 갈등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국 외교관·가족의 중국 입국편의 문제가 양국 간 제대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미국 외교공관에 대선 해외부재자 투표를 담당할 외교관과 미 선거관리위원회 인력이 조속히 배치돼야 내달부터 본격화하는 해외부재자 투표 업무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남미·유럽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미국 국적자가 체류하는 곳으로 파악된다. 주중 미국 공관들의 해외부재자 투표 업무처리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자칫 투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24일 매일경제신문이 미국 연방정부의 '해외 부재자 투표 지원 프로그램'인 'FVAP(Federal Voting Assistance Program )'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미 선거관리위원회는 늦어도 오는 8월 1일까지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미국민들에게 부재자 투표 등록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미 선관위가 고지한 부재자 투표 신청 마감일이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부터 각 지역 총영사관에 외교인력과 미 선관위 인력을 조속히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해외부재자 투표가 국제우편으로 송달되는 특성 때문인데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우편 수요가 몰리면서 과거 부재자 투표 때보다 더 신속하게 재외국민의 투표용지를 국제우편으로 신속히 받아야 한다.
예컨대 FVAP 고지대로라면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미국 국적자 A씨는 8월 1일까지 상하이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방문해 자신의 최종 주소지를 포함한 확인사항을 기재한 부재자투표 등록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상하이 미국 총영사관은 이를 A씨의 미국 내 최종주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시키고 이 지역 선관위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투표용지'를 국제우편으로 A씨의 상하이 집주소로 보낸다.
8월 1일 A씨의 신청이 끝나고 지역 선관위의 투표 용지가 상하이 A씨 자택에 도착하는 데 최소 2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A씨는 자택에 도착한 투표용지로 투표권을 행사한 뒤 이를 다시 우편 동봉해 본토 선관위로 보내야 한다.
이 역시 최소 2주가 소요될 수 있는 여정으로 국제항공 우편 수요 상황에 따라 최악의 경우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 미합중국 대통령을 뽑기 위해 현지 거주자와 미 본토 선관위 간 우편 왕복이 이뤄져야 하는 탓에 재외공관에 배치된 외교관과 선관위 직원들의 신속한 현장배치와 일처리가 중요하다.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를 보면 미국이 중국 내 자국 공관의 업무 정상화을 위해 7월 초부터 중국으로 보내야 하는 외교관과 그 가족 등 이송 인력은 1200여명에 달한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한국, 일본, 유럽 등 해외 다른 나라에서 입국하는 외교관들에 적용하는 검역절차에 비춰 미국 외교관과 가족들을 상대로 특혜를 줄 수는 없다며 중국 입국 시 진단 테스트와 일정 기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 본토 내 유권자는 물론 해외 부재자 투표에서 역대 최대의 우편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투표권도 없는 수백만 명이 부정 투표를 하고, (중국 등) 외국 정부가 불법 투표용지를 발송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지난 19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패배시)깨끗하게 승복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언급하자 미국 매체들은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 우편투표 부정 의혹 등을 제기하며 선거 불복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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