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무장단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는다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엄격한 자체 방역지침을 강요하고, 이를 위반한 주민의 살해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현지시간으로 오늘(15일) 보고서에서 콜롬비아 32개 주 가운데 최소 11개 주에서 무장단체들이 주민들에게 코로나19 자체 방역지침을 준수하도록 압박했다고 전했습니다.
콜롬비아 정부는 코로나19가 상륙한 후 지난 3월 국민에게 격리령을 내리는 등 엄격한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반군과 마약 카르텔 등 무장단체들은 한술 더 떴습니다.
이 단체들은 주로 공권력이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외딴 지방에서 스스로 공권력 행세를 하며 주민들에게 야간 통행금지령과 봉쇄, 이동 제한, 상점 영업시간 제한 등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외부인의 진입을 차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전단이나 왓츠앱 메신저를 통해 주민들에 지침을 전파하고, 지역을 돌며 준수 여부를 점검했습니다.
정부는 통금 시간 중에도 일부 필수 외출은 허용하지만, 일부 무장단체들은 아픈 사람이 병원에 갈 수조차 없게 했다고 HRW는 전했습니다.
지침 위반에 따른 처벌도 당국의 처벌과는 비교할 수 없게 가혹합니다.
HRW는 콜롬비아 3개 주에서 8명의 민간인이 무장단체의 통행금지 등 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살해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에는 푸투마요의 지역 대표가 범죄조직의 코로나19 지침을 고발하는 서한을 당국에 보냈다가 범죄조직에 살해되기도 했습니다.
반군 민족해방군(ELN)은 지난 4월 북부 볼리바르 주민들에 배포한 전단에서 "식료품 가게, 빵집, 약국 직원만 일할 수 있다. 다른 이들은 집 안에 머물러야 한다"며 "사람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지침 위반자들을 어쩔 수 없이 살해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침 위반을 이유로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은 부상자들도 10명가량 보고됐으며, 이동 제한을 어긴 이들의 오토바이가 불태워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무시무시한 무장단체의 위협 속에 필수적인 외출이나 돈벌이마저 제한된 주민들은 생계에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항구도시 투마코에선 무장단체들이 주민이 물고기 잡는 일도 막고, 오후 5시 이후엔 외출도 못 하게 했습니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밖에 나가도 음식 파는 곳이 없다고 이 지역 주민은 전했습니다.
HRW의 호세 미겔 비방코 미주 국장은 "무장단체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부과하는 가혹한 '처벌'로 외지고 빈곤한 지역 주민들이 공격받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며 주민의 안전 보장과 생필품 확보를 위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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