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처럼 보인다.
당장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지난 27일(현지시간) 전세계 수반 가운데 처음으로 코로나에 감염됐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장남이자 후계 서열 1위인 찰스 황태자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계층과 빈부를 가리지 않고 인류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빈부간 격차와 계층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7일 '화이트칼라 코로나 격리가 계층 불평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부자와 가난한 자의 격차가 코로나로 인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갑부들은 인구밀도가 높은 뉴욕 등 대도시의 아파트를 '버리고' 휴양지의 별장으로 숨어들고 있다. 텍사스에서는 부자들이 수십만달러를 들여 안전한 대피소를 설치하거나 벙커를 만들고 있다.
CNBC 방송 역시 27일 미국의 부유층들이 수영장이 딸린 호화 지하 대피소를 사들이고 외딴 섬으로 피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벙커 제조업체인 '서바이벌 콘도'는 코로나19 때문에 벙커 구매 문의와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가 제조하는 호화 벙커는 수영장과 체육관, 암벽 등반 시설까지 갖추고 있으며 가격은 50만달러(6억1000만원)에서 240만달러(29억3000만원)에 달한다.
의사와 엔지니어 등 전문직 종사자를 포함한 고객들은 벙커 실물을 보지도 않고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와인 컴퍼니를 경영하고 있는 하워드 바바넬 대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화이트칼라만을 위한 격리"라며 "생산직 평균 노동자들은 제품을 배송하고 트럭을 운전하며 지방 정부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신(新) 카스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계층간 삶의 모습은 극명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억만장자들은 전세기를 타고 휴양지로 가 한가롭게 자연을 즐기는 반면, 중산층이나 평범한 가정들은 쉴새 없이 떠드는 아이들과 집에 갇혀 옴짝달짝 못하고, 저소득층은 경제의 최전방에서 생사를 걸고 일과 양육의 한계에 치닫고 있다.
개인용 섬 판매·대여 업체인 '프라이빗 아일랜드'에 따르면 카리브해 연안 국가 벨리즈 인근의 외딴 섬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 섬의 하루 숙박 비용은 2950달러(360만원)인데 수요가 폭증했다는 것이다. 개인용 항공기와 호화 요트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개인용 항공기 업체인 '플라이엘리트제트'에 따르면 일주일에 30건 정도였던 항공기 이용 문의는 최근 3∼4일간 300건으로 급증했다
반면 미국내 휴교령이 길어지면서 저소득층 아이들이 극한의 상황으로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에서 점심 저녁 등 끼니를 공짜로 해결하거나 특히 학교 의료 시스템을 이용했던 아이들이 휴교령이 연장되면서 집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불평등했던 미국 사회가 코로나로 인해 더욱 계층 문제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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