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지난 2월 2500만 달러 어치 주식을 팔았다. `헤지펀드 거물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지난 23일 "미국에 25억 달러를 베팅했다"면서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고 밝혔다. [출처 = 블룸버그]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전세계로 번지기 시작한 2월 이후 미국 월스트리트 증권가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매수와 매도 중 무엇을 선택했을까. 개인 선택에 따라 다르지만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는 보유 주식을 내다 판 반면 '헤지펀드 거물 투자자' 빌 애크먼은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미국 헤지펀드사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겸 창업자)인 빌 애크먼은 최근 글로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오마하의 투자 현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지주회사 버크셔헤서웨이 등 주식 25억 달러 어치를 사들였다고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우리 돈으로 약 3조850억 원 규모다. 애크먼 회장은 글로벌 호텔체인 힐튼과 미국 헬스케어 관련업체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 건축자재·인테리어 유통업체 로우스 주식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 주식은 퍼싱스퀘어캐피털이 지난 1월 31일에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사업 타격 전망'을 이유로 보유 지분 전량을 내다팔았던 적이 있어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시는 코로나19가 후베이성 우한을 시작으로 중국 내에서 급속히 확산돼 스타벅스가 중국 매장 4300여 곳 중 절반을 폐쇄한 때다. 앞서 2018년 퍼싱스퀘어캐피털은 9억 달러를 들어 스타벅스 전체 지분 중 1.1%를 매입해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퍼싱스퀘어 수익률이 50%(지난 해 1~11월 수익률은 51.3%)를 넘어선 바 있다.
23일 애크먼 회장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부 롱포지션(We are all long)이다"면서 "우리는 미국 경제가 크게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나라에 베팅했다"고 밝혔다. 롱포지션은 통상 선물·옵션 시장에서 '매입' 입장에 서는 것을 의미하지만 일반 주식시장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회장은 또 "지금 주가가 왜곡됐다고 본다"면서 "치폴레같은 식당들이 배달 서비스를 활발히 하는 등 기업들이 이미 적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이같은 입장은 앞서 18일 애크먼 회장이 CNBC인터뷰에서 "지옥이 오고 있다"면서 "한 달 간 뉴욕 증시 거래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주의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발언과 상반된다. 지난 18일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앞서 9일과 12일, 16일에 이어 네 번째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사상 최악의 폭락세를 기록한 때다.
뉴욕 증시는 월가 투자 거물로 통하는 애크먼 회장마저 며칠만에 태도를 바꿀 정도로 급등락을 반복해왔다. 애크먼 회장은 한 때 월가 '행동주의 투자자'로 칼 아이칸과 경쟁한 대표적인 억만장자다.
아마존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뉴욕 증시가 본격 폭락세에 접어들기 전인 2월 첫째 주에 총 34억 달러어치 자사 보유 지분을 내다팔았다. 베이조스 CEO가 이달 20일까지 해당 주식을 들고 있었다면 3억1700만 달러 손실을 봤을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사진 출처 = 트위터]
반면 글로벌 기업 창업자와 CEO등은 앞다퉈 자사 보유 주식을 팔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와 세계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CEO 등 기업 수장들이 최근 1달 여 동안 총 92억 달러에 달하는 자사 주식을 내다팔았다고 24일 전했다. 우리 돈으로 11조3095억원 정도에 달하는 돈이다.WSJ가 지난 2월 1일부터 3월 19일까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총 4000여 문건을 분석한 결과 뉴욕 증시 상장 기업 경영자들이 이 기간 92억달러에 달하는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주 중심 S&P500지수가 2월 19일 정점 대비 3월 20일에 30%나 폭락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은 결과적으로 19억 달러 손실을 본 셈이라고 WSJ는 추정했다. 우리 돈으로 약 2조3360억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의 베이조스 CEO가 뉴욕 증시 본격 폭락 전인 2월 첫째 주에 총 34억 달러(약 4조2000억원)어치 자사 보유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조스 CEO가 해당 주식을 팔지 않고 오는 20일까지 들고 있었더라면 총 3억1700만 달러(약 3899억원) 손실을 봤을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한편 래리 핑크 블랙록CEO도 지난 2월 14일 2500만 달러(약 308억2500만원) 규모의 주식을 내다 팔았고, MGM리조트 인터내셔널의 제임스 모렌 최고경영자도 2억2200만 달러(약 2737억2600만원) 어치를 지난달 매도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한 마크 로완 이사도 2월~3월초 동안 9900만 달러(약 1220억6700만원) 규모 주식을 팔았다.
WSJ는 이들 기업인의 주식 매도가 사전 정보를 악용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들은 연초 세금 납부를 위한 현금 수요와 여유 자금 확보를 위해 일정 부분 지분을 매각해왔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 지배구조 자문사인 애덤 엡스타인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CEO등 내부자 주식 매도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 현금 확보를 위한 주식 매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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