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판데믹'(COVID-19 대유행) 탓에 백악관에서 거의 매일 '생방송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브리핑 원고가 한 사진 기자에게 포착돼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에 들고 올라온 브리핑 원고에는 '코로나'(Corona)라는 단어를 펜으로 지우고, '중국의'(Chinese)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사진기자 자빈 보츠퍼드는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연설문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출처 = 트위터]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로 수정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자빈 보츠퍼드 사진 기자가 이를 찍어서 SNS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수정했는지 아니면 직원이 했는지 불분명하지만, 수정된 원고는 코로나19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신경전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한 사실은 전 세계가 중국이 저지른 일로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우리에게 훨씬 더 일찍 통보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몇달 더 일찍 알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알았다면, 중국에서 시작된 그것은 그 지역에서 멈췄을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앞서 18일 '중국 바이러스'가 차별적인 단어이므로 쓰지 말 것으로 요청한 세계보건기구(WHO)를 공개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18일 마이클 라이언 WHO긴급대응팀장은 '중국 바이러스' 표현에 대해 "바이러스는 인종을 가리지 않으므로 개개인을 바이러스로 설명하게 만드는 언어를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
다만 WHO의 지적이 있기 전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 기자가 '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냐'고 묻자 "그것은 중국에서 왔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종차별이 아니다. 이것은 중국에서 왔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SNS에서 '미군이 중국에 코로나19바이러스를 가지고 들어왔을 수 있다'고 쓴 것에 대해서는 "알다시피 중국이 '이 일이 미군에 의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며 "내가 대통령인 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불편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2017년 당선 당시 `하나의 중국` 을 선언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최근 `유럽이 코로나19 진원지`라고 언급하는 등 중국 편향 태도를 보여 국제 사회다 `퇴진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온 것은 미...
대통령의 '중국 바이러스' 메모는 중국의 '코로나19 흔적 지우기'로 인한 양국간 갈등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 떠넘기기·시진핑 주석 영웅 만들기' 등을 시도 중이다. 이달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으로 급속하게 퍼지자 자국 외교부 대변인을 동원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미·중 갈등에 불을 지피고 있다.또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을 앞세워 마스크 원조에 나서는 등 국제 무대에서 이미지 전환을 꾀하고 나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의 고향인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유럽 내 첫 일대일로 협력국가인 이탈리아와에 마스크 수백만 개를 보내 '코로나 발원지' 대신 '코로나 퇴치 지원국'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발원지 등 논란의 경우 WHO도 중국 편향적 발언을 하고 있다. 취임 당시 '중국몽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던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달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 코로나 확진자가 중국보다 더 많다"고 하는가 하면, 이달 들어선 "유럽이 진원지가 됐다"고 말해 눈총을 샀다. 인터넷 상에서는 'WHO사무총장 퇴진 청원 운동'이 등장해 진행 중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역시 초기에는 "중국이 잘하고 있다"며 수수방관했고, 막상 미국에 확진자가 등장하던 이달 초까지만 해도 "독감과 다를 바 없다"는 등 안일한 대응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실수를 모면하기 위해 중국과의 갈등 부각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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