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코로나19) 탓에 글로벌 IT 공룡기업 주가가 연일 내리꽂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애플에 이어 26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마저 기업 실적 미달을 예고하면서 끝을 내다볼 수 없는 코로나19발 부진의 늪을 시사했다. 나흘 연속 하락세를 긋던 미국 4대 IT공룡기업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은 이날 증시에서 약하게 반등했지만 결국 마감 후 거래에서 다시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26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성명을 내고 "올해 1~3월(2020회계연도 3분기)에는 윈도우 부문 사업 부진으로 우리가 기대한 수익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전 분기에 회사는 윈도우 부문의 매출 예상 기준치를 107억5000만∼111억5000만달러 범위로 제시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적 미달 예고를 한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탓에) 공급망이 2분기에 예상 때보다 더 느리게 가동된 탓에 우리 '윈도우(컴퓨터 운영체제)'사업 부문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윈도우 제품에 대한 수요는 기대 수준에 부합하지만, 공급 차질로 윈도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 서피스(MS의 노트북·태블릿 브랜드)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로나19사태 확산 불확실성을 이유로 앞으로 실적이 어떻게 조정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그간 투자자들 사이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이폰과 맥북 등 소비제품을 파는 애플과 달리 공장 생산이나 소비 제품 판매 측면에서 코로나19 타격이 비교적 작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사업 부문에는 윈도우와 서피스 외에 PC 액세서리와 게이밍, 검색·메신저 광고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윈도우OEM은 특히 윈도우 사업 부문의 60%가량을 차지한다. 윈도우OEM은 노트북·컴퓨터 제조업체에 윈도우 사용 라이센스(면허)를 판매하는 사업으로, 상업용 윈도우 사용 라이센스는 윈도우 사업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비상업용은 20%를 차지한다. 제조업체들이 코로나19 탓에 노트북·컴퓨터 생산을 줄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라이센스 판매 수익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PC 최대 판매자인 휴렛팩커드는 올해1~3월 윈도우10 업데이트 실적이 코로나19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20/02/27/022022622312.jpg)
앞서 17일에는 MAGA 기업 중 처음으로 애플이 이례적으로 투자 지침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 공장 생산 차질과 소비자 심리 위축 탓에 오는 3월까지 목표로 했던 매출 수준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한 바 있다. 애플과 알파벳(구글 모기업), 아마존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찬가지로 나흘 연속 주가가 하락세를 긋다가 26일 반등해지만 결국 마감 후 거래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중국 생산 의존도가 높은 애플은 1주당 300달러 장벽도 무너진 상태다.
미국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26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내에서도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면서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시간 문제이므로 빠른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는 불과 한두 시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서 "독감을 치료하는 것처럼 이것(코로나19)을 치료해야 한다. 손을 잘 씻자"면서 지나친 공포감을 억누르려는 발언을 한 것과 엇갈리는 경고다.
CDC가 지역사회전파 사례로 든 코로나19확진자는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솔라노 카운티 거주자로 다른 확진자 접촉 경험이나 중국 등 방문 이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중국을 다녀온 사람이나 다이아몬드프린세스 호에서 구출된 사람들 중에서만 코로나19확진자가 나왔다고 현지 언론 CNBC가 전했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