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반(反)정부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성을 최초 폭로한 중국 의사 리원량의 죽음에다 정부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시민기자의 실종 사건이 겹치면서다. 언론과 각종 정보를 통제해오던 중국 정부의 활동이 연이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짓눌렸던 분노가 폭발한 모습이다.
10일 CNN은 우한시에서 임시 격리병동 등을 촬영하고 중국 당국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는 영상을 SNS에 게재해왔던 시민기자 천추스의 실종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천추스는 우한시 봉쇄령이 내려진 다음날인 1월 24일 우한시에서 고열에 시달려 병원 입원을 기다리다 병원 밖에 쓰러져 있는 우한시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그는 영상에서 "루머를 퍼뜨리거나 공포나 패닉을 조장하지 않겠다. 그러나 진실을 덮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두려움도 표시했다. 그는 1월 30일 올린 영상에서 "내 앞에는 바이러스가 있고 내 뒤에는 공안이 있다"면서도 "내가 왜 공산당을 두려워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한시 실태를 계속 전했다.
지난 6일 천수스는 가족과 친구와의 연락이 돌연 끊겼다. 중국 공안이 뒤늦게 천추스를 강제 격리 조치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격리 날짜와 사유, 장소에 대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수스 실종은 리원량의 죽음에 들끓던 중국 정부에 대한 분노를 부채질했다. 중국 웨이보에서 286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나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 글과 '우한 정부는 리원량에게 사과하라'는 글 등이 당국에 의해 삭제되는 상황에서 천수스 사건이 또 다른 진실 은폐 시도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우리는 더 이상 제2의 리원량을 감당할 수 없다"고 썼다.
중국 지식인들도 정부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베이징대 법학 교수인 장첸판는 "정부는 2월 6일(리원량 사망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형법 조항도 폐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쉬장룬 칭화대 법대 교수는 '분노한 인민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글을 해외 매체에 발표했다. 그는 "(중국 사회에서) 공적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완전히 차단됐으며, 사회에 조기 경보를 울릴 수 없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해 "40년 이래 최악의 지도자"라고 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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