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4일 중국 청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배출되는 '물'(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양이 '한국 원전 배출수의 100분의 1이 이하'라고 지적했다고 산케이신문이 한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오늘(29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에 후쿠시마현 주변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한국 정부 조치를 염두에 두고 과학적인 논의를 하자고 요구한 모양새라고 풀이했습니다.
산케이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제시한 자료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건물로 흘러 들어가는 지하수를 줄이기 위해 건물 부근에 설치된 지하배수장치(서브 드레인)에서 퍼 올린 물로 추정됩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정부 소위원회의 자료 등을 근거로 2016년의 후쿠시마 원전 서브 드레인에서의 트리튬(삼중수소) 배출량이 연간 1천300억 베크렐인 반면에 한국의 월성 원전이 같은 해 액체 상태로 방출한 트리튬 양은 약 17조 베크렐로, 약 130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산케이는 "후쿠시마 원전 주변 해역과 외부 해양 상황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사성 물질 농도는 상승하지 않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TO)의 음료수 기준치 범위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올 들어 바레인, 콩고민주공화국, 브루나이가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조치를 철폐하는 등 국제적인 규제 완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일부 방사성 물질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산케이는 아베 총리가 "국제 조류에 역행하는 형태로 막무가내로 수입규제를 계속하는 한국에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대응을 요구하기 위해 굳이 한일 양국의 데이터를 비교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론을 포함한 반응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청두 회담 다음 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가 논의된 사실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한일 정상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아베 총리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자료를 제시하며 언급했다는 배출수와 한국 정부나 국제환경단체 등이 문제를 제기하는 오염수(일본 정부는 처리수라고 부름)는 다른 것으로 보여 아베 총리가 사실을 오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처분 대책을 놓고 고민하고 한국 정부 등이 향후 처분 방향을 주시하고 있는 문제의 '처리수'는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 앞에서 거론한 서브 드레인에서 퍼 올린 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가 '처리수'라고 하는 오염수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폭발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냉각할 때 발생하는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처리한 물입니다.
이 물은 인체에는 큰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트리튬(삼중수소)을 제외한 방사성 물질(62종)의 대부분을 제거한 상태이긴 하지만 여전히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137, 스트론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아베 총리가 제시한 자료상의 배출수는 치명적인 오염원(원자로 내 핵연료)에 닿기 전의 지하수를 언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베 총리가 거론한 후쿠시마 원전 배출수와 월성 원전 배출수의 성격이 같은 것이라고 전제해도 대규모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해 다른 핵종의 오염물질이 함유됐을 가능성이 큰 배출수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원전에서 나오는 배출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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