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최대경제'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브라질 경제가 비상상황"이라고 선언하면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한 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올해부터 내년 2020년에 걸쳐 총 420억 헤알(약112억 달러·13조22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2019년 세계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브라질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월 예상 때 내놓은 2.1%에서 0.8%로 대폭 낮춘 바 있다. IMF가 중남미 전체 성장률을 4월 1.4%예상치에서 이번에 0.6%로 하향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브라질(-1.3%포인트)은 낙폭이 두드러진다.
브라질 정부가 발표한 경기 부양책 방향은 '내수 살리기'다. 노동자의 주머니를 채워 소비 심리를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파울루 게지스 브라질 경제부 장관은 이날 "이번 부양책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0.3%포인트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부에 따르면 근속연수보장기금(FGTS) 인출 문턱을 낮춰서 노동자들이 주택 구매나 실업, 심각한 건강 문제 탓에 자금줄이 막힌 상황일 때 FGTS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게 하는 식으로 420억 헤알이 시장에 풀리게 된다. FGTS는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담당하는 기금이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정부로 꼽힌다. 이른바 '시카고학파'로 불리는 게지스 장관이 앞장 서서 '국민 연금 개혁'을 통해 재정난을 줄이려는 등 구조개혁 노력을 해왔다. 신자유주의는 긴축재정과 작은정부,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자유무역주의를 강조하는 1980년대 이후 흐름을 말한다. 시카고학파는 이를 선도하는 경제학계 흐름으로 미국 시카고 대학 경제학자들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돈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고 나선 이유는 사람들에게 소비여력이 없다는 진단에서다. 올해 1월 유엔 산하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경제 위원회(CEPAL)가 발표한 '2018년 사회 파노라마'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7년 브라질 극단적 빈곤율은 4%에서 5.5%로 늘었다. 2017년 빈곤율(19.9%) 20%에 달한다. 절대 빈곤율은 가처분소득(총소득 중 세금과 사회보장 부담금, 이자비용을 빼고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최저생계비에 못미치는 사람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상대적)빈곤율은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사람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내수 소비 여력이 빠듯한 가운데 보우소나루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국민연금 요건 강화·민영화)은 시민과 의회, 업계 반발에 부딪혀 개혁 진척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적지않다. IMF는 '구조개혁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어 브라질 성장 전망률을 낮췄다. 브라질 중앙은행인 방코두브라질도 올해 성장률이 1%를 밑돌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브라질 1분기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2%다. 2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경제 침체 국면이던 2016년 4분기(-0.6%) 이후 처음이다.
다만 브라질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지난 23일 IMF는 2020년 브라질 성장전망률을 2.4%로 전망했다. 지난 해 말 대선에서 '親시장주의'를 내세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보베스파 증시가 차례로 9만, 10만 포인트 선을 돌파했고 국가 부도 위험을 의미하는 CDS프리미엄(국채 5년물 기준)도 100bp(1bp=0.01%포인트)선으로 떨어져 지난 2014년 9월 이래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나 개별 협상을 통해 한국과 미국, 중국, 캐나다 등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고 민영화를 통해 해외 투자를 받아내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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