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사흘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 야당들이 내각불신임안 제출을 논의하는 등 일본 국내정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입헌민주당을 비롯한 5개 야당은 25일 당대표 회담을 갖고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 제출 여부를 최종결정할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 등이 이날 보도했다. 중의원에서 여당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내각불신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날 참의원에서 야당이 제출한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문책안도 여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다만 의장국으로 처음 치르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내각불신임안이 제출되는 것이어서 이번 회담을 외교 성과로 포장하고 싶어하는 아베 총리 입장에선 체면을 구기는 상황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후쿠야마 데쓰로 간사장은 24일 "연금 2000만엔 부족 문제 등에 대한 총리의 답변은 불성실의 극치"였다며 "아베 정권에 대한 야당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와 관련해 "아베내각은 경제, 외교, 안보 면에서 실적과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일치단결해 의연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야당에서 25일에 제출을 서두르는 것은 26일부터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G20에 앞서 일본을 방문하는 등 여론의 관심이 외교로 쏠릴 것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금2000만엔 부족문제란 이달 초 금융청 자문그룹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무직인 60대 부부가 향후 30년 가량 생활을 위해선 연금외에도 2000만엔 가량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을 말한다. 야당에서는 '연금 100년 안심'을 주장해온 여당의 거짓이 드러났다며 총공세를 펴고 있으나 여당 측에선 '가정에 기초한 산출', '오해가 있다' 등의 답변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내각불신임안이 통과되면 10일 내에 해산이 이뤄지게 된다. 아베 총리가 재집권한 지난 2012년 이후 총 6번에 걸쳐 내각불신임안이 제출된바 있으나 모두 부결됐다.
당초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선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내각불신임안 제출에 소극적이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야당의 야성이 사라졌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면서 불신임안 제출 논의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야당 측에선 연금부족문제 등을 비롯 여당에 대한 파상공세를 내달 참의원선거까지 지속하기 위해 통과여부에 상관없이 불신임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달 21일께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의원의 절반이 바뀐다. 자민당에서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기존 의석 수 이상을 지키지 못할 경우 아베 총리의 향후 국정 장악력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6~2007년 1차집권 때 약 5000만건의 연금관련 기록이 사라진 이른바 '사라진 연금기록 문제'로 지지율이 급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사라진연금 논란 직후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패하면서 결과적으로 아베 총리가 물러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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