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반군 무장조직 탈레반이 전쟁 종식을 위해 평화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아프간 여성의 불안감은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협상이 마무리돼 탈레반이 다시 정치권에 전면으로 등장하면 과거 탈레반 집권 시절 여성 인권 탄압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2일 아프간 톨로뉴스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프간 여성 700여명은 최근 수도 카불에서 콘퍼런스를 열고 탈레반과 협상 중인 미국 측 등에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성들은 이날 행사에서 탈레반 치하에서 가족을 잃는 등 여러 고통을 겪었다며 "우리도 평화를 원하지만, 여성의 권리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습니다.
NYT는 아프간 전역 34개 주에서 여성 수백명이 달려와 이런 행사를 연 것은 이례적이라며 "행사 준비에 6개월이 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아프간 여성들은 1990년대 후반 탈레반 집권기에 혹독한 시련을 겪었습니다.
여성들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라 취업을 비롯한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고 교육 기회를 박탈당했습니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착용해야 했습니다.
이밖에도 강간 등 여러 범죄에 노출됐고 강제결혼이 횡횡했습니다. 아프간 여성에게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기인 셈입니다.
이날 카불 행사에 참석한 여성 대부분은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은 채 화장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탈레반이 엄격하게 금지하는 차림새입니다.
아킬라 무스타파비는 "우리는 여기까지 오는 데 먼 길을 걸어와야 했다"며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도 참석, "여성들은 이제 피해자가 아니다. 이제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아프간 정부는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뒤 미국 등 서방의 지원 아래 탈레반과 내전을 벌여왔습니다.
한편, 이와 관련해서는 영국 맨부커상을 받은 인도 출신 여성 소설가 아룬다티 로이,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 등 외국 작가와 인권활동가 등도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공개한 편지를 통해 평화협상 과정에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탈레반은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양측은 지난달 하순에도 도하에서 협상을 갖고 아프간 내 국제테러조직 불허, 외국 주둔군 철수 등 평화협정의 기본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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