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북부에 있는 수도 하노이에서 남부 경제 중심지 호찌민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이 다시 추진된다. 자금 조달 문제로 지난 2013년 백지화됐지만 고성장하는 경제를 동력으로 심기일전해 재도전하는 것이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오는 10월 고속철도 건설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교통부가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쳤고 재무부와 계획투자부 등이 자금 확보 방안을 짜고 있다.
베트남 당국은 하노이와 호찌민을 잇는 총 1560㎞ 구간 중 하노이~빈(응에안성) 282㎞ 구간과 호찌민~냐짱(카인호아성) 362㎞ 구간을 2030년께 개통을 목표로 우선 건설할 방침이다. 이후 여기서 거둬들인 수익을 토대로 나머지 구간을 2045년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기존 열차를 이용하면 30시간 넘게 걸리지만 시속 350㎞의 고속철도가 깔리면 5~6시간으로 대폭 단축된다. 요금은 항공편의 절반 수준인 5만~10만원(편도)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고속철도 사업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급증하는 이동 수요에 대응하고 베트남 전쟁 중에 분단됐던 남북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2000년대 초반 적극 추진해 당초 2014년에 착공에 들어가 2035년까지 전 구간을 개통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에 문턱을 넘는데 실패했다. 니혼게이자신문은 "공산당 일당체제인 베트남에서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국회가 반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사업비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사업비를 낮추기 위해 시속 160~200㎞ 수준인 준(準)고속철을 도입하는 대안까지 제시했지만 이 또한 국회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사업이 백지화됐다.
다만 이번에도 사업비 조달이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총 사업비는 587억달러(약 66조원)로 추산되는데 80%는 정부가, 나머지 20%를 민간이 각각 부담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베트남 정부의 재정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베트남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의 상한선을 65%에 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다양한 인프라 건설이 진행되면서 이 수치가 65%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따라서 베트남 당국이 부채 비율 상한선을 올리거나 민간 기업의 자금 부담을 늘려야 건설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 둘 다 쉽지 않다. 니혼게이자신문은 "베트남 정부 내에선 부채 기준선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최근 신규 공공사업 발주도 사실상 동결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호찌민에서 추진 중인 첫 지하철 사업은 6년째 진행 중인데 공사대금이 밀려 중단될 위기를 겪기도 했다.
베트남 고속철도 건설 재개가 본격화되면 수주 경쟁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일본이 가장 적극적이다. 일본은 자국의 고속철인 신칸센을 도입하기 위해 사전 조사에 참여하는 등 베트남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굴기 중 하나로 고속철 수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도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 매체들은 베트남 정부가 예산 문제로 고속철도 건설을 접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가격 경쟁력 측면에선 중국 고속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반중(反中) 감정이 강하지만 베트남 정부 지도자들은 중국에 대한 감정이 나쁘지 않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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