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퐁니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씨(58·여)가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 출신 민간인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과 하미 마을의 동명이인 응우옌티탄씨(60·여)는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와 국회시민정치포럼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군은 왜 잘못을 저질러놓고 어떤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1~22일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리는 시민평화법정에서 증언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시민법정은 베트남전에 파병된 한국군으로부터 상해를 입은 베트남인 2명이 원고가 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종의 모의 법정이다.
퐁니 마을 출신의 응우옌티탄씨는 "당시 8살이었던 나는 한국군의 학살로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 동생까지 모두 5명의 가족을 잃었다. 나 또한 배에 총상을 입었지만, 남동생이 핏물을 토해낼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학살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의 소임이라 생각한다"며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증인이 돼 그날의 일을 기억하고 증언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진실 규명을 위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 "한국 참전군인들의 사과를 받고 싶다. 최소한 사과가 있어야 용서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하미 마을 출신의 응우옌티탄은 11살 때 한국군이 가족을 방공호에 몰아넣은 뒤 던진 수류탄에 맞아 오니쪽 다리와 허리에 파편이 박혔고 청력도 잃었다. 그 일로 응우옌티탄씨의 가족 다섯명이 숨졌다.
이들이 21일 참석하는 시민평화법정은 퐁니·퐁넛 마을 사건에 참가한 참전군인의 영상과 증언 등을 검증하고 22일 최종 변론을 통해 판결을 낼 예정이다.
[디지털뉴스국 문혜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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