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워터사이드인 홈페이지]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식사 전 행하는 의식(?)이 있다. 그릇에 보기 좋게 담겨 나온 음식을 촬영하는 것이다. 이 시간에는 같이 온 일행도 '의식'이 끝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촬영한 사진은 '먹스타그램(SNS에 음식 사진을 공유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고스란히 올라간다.하지만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먹스타그램을 즐길 수 없도록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미슐랭 3스타 셰프 미셸 루 [사진 = 유튜브 캡처]
최근 영국의 미슐랭 3스타 셰프 미셸 루는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워터사이드인(Waterside Inn)'에서 음식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금지했다. 손님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음식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놓친다는 게 그 이유였다.미셸 루는 한 외신 인터뷰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 때문에 분노했다"며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는 푯말을 붙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은 도대체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휴대폰은 맛까지 담을 수 없다"라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것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사진 촬영을 금하는 레스토랑이 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을 창작물로 여겨 사진을 찍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셰프의 요리를 예술 작품으로 해석할 경우 사진을 찍는 행위가 지적 재산을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음식 사진 촬영이 요리의 품격을 낮추는 행위라고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4년 음식 사진을 촬영하고 공유하는 것을 '푸드 포르노'라고 칭하며 다른 이의 식탐을 관음하는 풍조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푸드 포르노·먹스타그램 문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셰프들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손님들이 음식 사진을 찍고 즐기는 것을 요리에 대한 칭찬으로 해석한다.
미슐랭 스타를 16개나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셰프 고든 램지도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미셸 루의 태도를 "거만하다"고 비판하며 "고객들이 돈을 낸 음식 사진을 찍는 건 음식에 대한 찬사"라고 밝혔다. 또 "무료로 홍보를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해야 한다"며 "에드 시런이 노래 부르는 장면을 찍을 수 없다는 게 상상이 되냐"고 말했다. 독설 셰프답게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셰프는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몹쓸 늙은이"라는 따끔한 한 마디도 덧붙였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뜨거운 논쟁을 본 누리꾼들은 "식당 방침에 따라야 한다" "요리사 마음이지 무슨 상관이냐" "내 돈 내고 먹은 이상 내 음식이다" "식었을 때 맛있는 음식이 진짜 맛있는 음식이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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