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0년형의 유죄 판결이 예상되는 재판을 앞두고 잠적한 뒤 해외로 도피한 잉락 친나왓 전 태국총리가 현재 두바이에 있으며 영국에 망명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 등 주요 외신이 27일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AFP통신에 "잉락이 태국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싱가포르를 거쳐 두바이로 갔다"며 "두바이는 친나왓 가문의 가장인 탁신 전 총리의 활동 근거지"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오빠인 탁신은 여동생의 탈출을 오랫동안 준비했다"며 "잉락은 아마도 영국으로 건너가 망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오빠 탁신 전 총리도 두바이와 런던을 오가며 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의 방콕포스트도 잉락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현재 탁신 전 총리와 함께 두바이에 있으며 영국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이 소식통은 "잉락은 외국에 계속 머무르기 위한 서류작업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잉락은 탁신이 주택을 소유한 영국에 머무르겠지만, 정치적 망명자 지위를 얻으려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잉락은 총리 재임 중인 2011∼2014년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시장가보다 50%가량 높은 가격에 쌀을 수매하는 정책을 폈다. 이 정책은 탁신계 정당의 기반인 북동부 지역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군부는 잉락을 쌀 수매 관련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해 5년간 정치 활동을 금지했고, 검찰도 그를 법정에 세웠다.
2년여의 재판 끝에 무려 350억 바트(약 1조1700억원)의 벌금을 받고 재산까지 몰수당한 잉락은 지난 25일 부정부패 묵인 혐의에 대한 형사소송 판결을 앞두고 종적을 감췄다. 대법원은 다음달 27일 재판을 다시 열 계획이다. 잉락 전 총리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게 된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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