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은 '우버'다. 혁신 이야기가 아니다. 온갖 구설수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지난 연말 무허가 자율주행차 운전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얼마전에는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자문위원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려 20만 명이 우버를 떠났다. 트위터에서는 '우버를 지우자(#DeleteUber)'는 해시태그가 확산되기도 했다. 우버 전직원이 회사내에서 성추행이 만연하고 회사에서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폭로를 했고 올초 영입된 스타급 부사장 아밋 싱할도 전 직장(구글)에서 퇴직한 사유가 성추행 때문이었음이 알려지면서 바로 사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캘러닉 CEO가 우버 기사와 요금 문제로 다투는 영상이 최근 공개된데 이어 우버가 경찰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그레이볼'을 조직적으로 운영했다는 언론 의혹도 제기되면서 우버는 구설의 끝판왕임을 보여줬다. 구글 계열사 웨이모는 "우버가 웨이모 자율주행 기술을 훔쳤다"며 공식 소송을 제기했다. 그야말로 심각한 내우외환 상황인데 놀랍게도 이 모든 일이 지난 한달 사이 벌어졌다. 백인 남성 우월주의로 불리는 일명 '카우보이 문화'가 우버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캘러닉 CEO는 "나는 리더십이 부족하다. 멘토가 필요하다"고 자인하면서 회사내 2인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공개적으로 영입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우버가 이처럼 안팍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지만 사업적으로는 역설적으로 '대체 불가능'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온갖 구설에도 우버 시장점유율은 79%로 경쟁사 리프트(21%)를 크게 앞서 있다. 우버 기업가치도 700억 달러(약 80조여원)로 GM이나 혼다 등 전통적 자동차회사보다 월등히 높다.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하늘을 나는 택시(우버 엘리베이트) 등 혁신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시장을 선도해나가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은 "우버가 사내 위기를 벗어나고 기업문화를 개선하면 보다 강력한 혁신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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