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코미 국장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전 트럼프 대통령 도청을 지시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거짓이다"라며 미국 법무부가 진실을 공표할 것을 4일 요청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게 코미 국장의 입장이다. 이를 놓고 CNN은 "코미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인정하면 FBI가 도청에 동참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FBI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해 이런 행동을 했다"고 6일 분석했다.
코미 국장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법무부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고 있지 않았고, 백악관측은 "코미 국장의 발언을 수용하지 않겠다"며 반박에 나설 정도다. 이에따라 심지어 코미 국장 경질론까지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코미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예상치 못했던 시나리오다.
코미 국장은 지난해 미국 대선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지시해 사실상 트럼프측에 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결과론적으로 보면 이 이메일 스캔들로 트럼프는 반사이익을 얻어 승리를 거머쥐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을 재신임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미 국장이 갑자기 FBI의 명예를 잃지 않고 진실을 수호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어 주목된다.
이러한 행보를 놓고 코미 국장이 진짜로 FBI를 보호하기 위해 소신있는 행동을 한 것인지 아니면 때에 따라 유리한 대로 행동하는 기회주의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US뉴스는 "코미 국장의 지난 몇 년간의 행적은 매우 독선적이었다"며 "코미 국장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분명 그가 원하던 일이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미 국장은 지난 2013년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을 때도 56년간의 공화당원 경력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로선 코미 국장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며 코미 국장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을 알렸지만 코미 국장의 운명은 이번을 계기로 미궁 속에 빠지게 됐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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