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모바일 결제 시장이 뜻밖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정부의 갑작스런 화폐 개혁 조치로 가용 현금이 없는 소비자들이 모바일 결제로 눈을 돌린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 인도 최대 전자결제업체 원97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페이티엠(Paytm)'의 하루 평균 결제건수가 650만건으로 화폐개혁 이후 약 2개월 만에 3배 늘었다고 보도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은 화폐개혁으로 인한 부작용이 장기화되면서 두드러졌다.
인도의 화폐개혁은 지난달 8일 저녁에 전격 단행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부정 자금을 근절하겠다는 명목으로 기존 1000루피와 500루피의 지폐 사용을 금지했다. 두 종류의 지폐는 인도에서 유통되는 지폐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주요 화폐다.
화폐개혁이 단행된 다음날부터 구권를 신권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은행 앞에 장사진을 쳤다.
그러나 전체 12조루피(213조1200억원)로 추산되는 구권에 비해 신권 공급 액이 6조루피(106조5600억원)에 불과해 두 달째 교환을 기다리는 행렬은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생업을 마다하고 교환에 매달리면서 한때는 교환 금액의 10%를 수수료로 받고 대신 줄을 서주는 '행렬대행업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두달 째 문제가 해결될 여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인도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소비도 침체됐다.
미국 닐슨에 따르면 인도의 11월 식품·일상용품 매출은 10월보다 1.8% 감소했다. 소매업자의 매입량도 같은 기간 6.8% 줄었다.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이 현찰 없이도 지불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점포에 붙은 QR코드를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찍은 뒤 지불 금액을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현금이 부족해 거스름돈을 지불하지 못했던 가게 주인들도 모바일 결제를 반기고 있다. 이용자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서비스 제공업체의 대응도 빨라졌다. 원97은 신규 가입자와 점포에 페이티엠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아르바이트생을 10만명까지 채용할 계획이다.
영국 유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 중국의 2%, 일본의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1년에는 지난해보다 7배 늘어난 400억달러(48조2240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인도에서 신용카드, 모바일 등 비현금성 결제가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나 2020년 이후에는 현금결제 건수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 보급에 앞장서온 인도 정부도 화폐 개혁을 모바일 결제 정착의 기회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25일 모바일 결제 이용자 중 추첨을 통해 1000루피(1만7750원)를 입금해주는 이벤트를 100일 동안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모바일 결제가 소액 결제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화폐개혁의 부작용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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