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마디에 국제유가가 하룻밤새 4% 가까이 급등했다. 오는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석유감산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1.80달러(3.9%) 상승한 배럴당 47.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0월28일 이후 최고치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내년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48.9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49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날 유가 급등은 OPEC의 산유량 제한 합의 가능성에 대해 낙관하고 동참 의지를 피력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푸틴 대통령은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후 기자회견을 갖고 “OPEC이 감산 합의에 도달할 지에 대해 100% 확신을 갖고 말하진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OPEC 회원국들 사이에 이견이 있지만 이러한 충돌은 사라질 수 있다”며 “러시아가 현 수준에서 산유량을 동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경우 현 수준에서 산유량을 동결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지난 10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23차 세계에너지총회(WBC)연설에서 한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생산을 제한하는 공동 조치에 러시아는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는 감산이 아닌 산유량 동결 결정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OPEC의 산유량 감산 전망을 토대로 내년 상반기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45달러에서 55달러로 상향했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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