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히스패닉(중남미)계 주민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에 따르면 선거기간 내내 멕시코 이민자를 비하하고 불법 입국자를 추방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를 심판하기 위해 히스패닉 표가 결집한 듯 보였으나 투표 결과 트럼프 지지자의 표가 훨씬 더 많았다.
기득권 정치에 환멸을 느낀 저학력 노동자를 비롯한 백인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에 강한 반감을 품은 백인 유권자들이 히스패닉 표 결집 소식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분석했다.
게다가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클린턴에게 몰표를 준 것도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구체적인 투표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전체 히스패닉 유권자의 약 30%가 트럼프를 찍은 것으로 LAT는 내다봤다.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에 투표한 히스패닉 표는 65%로 2012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확보한 71%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대선에서 인종별 유권자 비율은 백인 69%, 흑인 12%, 히스패닉 11% 등으로 추정된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백인 71%, 흑인 13%, 히스패닉 10% 순이었다. 백인 유권자 비율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69%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 몸담았던 민주당 선거전략가 로저 살라자르는 “미국은 여전히 백인의 나라이며, 히스패닉은 소수계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백인들의 파워는 플로리다 주에서 나타났다. 히스패닉 유권자의 조기투표율이 2008년보다 103% 상승했지만 전체 유권자 수로는 백인이 히스패닉보다 42만 명 많았다. 백인 유권자들은 트럼프에 64%의 지지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히스패닉의 ‘잠재력’이 확인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해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 남서부 지역에 히스패닉 인구가 급증하면서 정치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이자 불법 이민자에 강경 대응을 해온 애리조나 주 마리코파 카운티 조 아파이오 경찰국장이 23년 만에 물러난 것이나 네바다 주에서 미국 역사상 첫 히스패닉 상원의원이 탄생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디지털뉴스국 이명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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