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과의 첫 TV토론 대결에서 참패한 도널드 트럼프가 토론 실패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26일 TV토론 직후 “(사회자) 홀트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던 트럼프는 하룻밤 사이에 돌연 태도를 바꿔 27일 아침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홀트가 힐러리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이나 2012년 벵가지 피습사건에 대해 똑바로 질문하지 않았다”고 힐난했다. 또 “토론 후반부에는 홀트가 나만 집중 공격했다. 아주 불공정하게 나를 대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자신이 발언할 때 마이크가 고장나 음량이 커졌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제대로 토론할 수 없었다며 억지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다음 토론 때는 더 세게 하겠다. 첫날은 힐러리 딸 첼시가 방청석에 앉아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을 못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는 빌 클린턴의 여성 편력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달 9일 펼쳐지는 2차 토론때는 거센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트럼프는 전날 TV토론에서 힐러리로부터 ‘여성 비하’ 질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또다시 지난 96년 미스 유니버스 알리샤 마차도를 거론하면서 “마차도가 미스 유니버스 당선 후 몸무게가 엄청나게 늘었다. 진짜 최악의 미스 유니버스다”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전날 토론때 ‘마차도를 돼지, 가정부로 불렀다’는 힐러리의 주장에 “어디서 그런 말을 들였냐”며 인정하지 않았던 트럼프가 마차도를 표적 삼아 분풀이를 한셈이다.
포드 직원들은 트럼프의 TV토론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트럼프가 “포드가 소형차 생산공장을 멕시코에 건설하는 바람에 미국 일자리를 멕시코에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포드는 지난 5년간 미국 공장에 120억달러를 투자, 새로운 일자리 2만8000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인 닐슨 집계에 따르면 지난 대선후보 1차 TV토론 시청자는 8140만명으로 역대 최고였다. 역대 최고치인 1980년 민주당의 지미 카터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의 1차 토론 시청자 8060만 명을 상회한 것이다. 2012년 대선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실시한 1차 TV토론 시청자는 6700만명이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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