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외교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인사가 인도의 전설적 스파이였던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음지에서 일하는 스파이가 양지로 나온 셈으로, 이 스파이출신 인사는 국방장관이나 외교장관보다 모디 외교안보정책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 전했다. 아지트 도발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인공으로 그는 인도 정보당국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인도의 007로 불리는 국가 대표 스파이였다.
그만큼 그를 둘러싼 일화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98년 북인도 황금사원에 은거한 시크교도 진압 당시 활약한 사례다. 그는 당시 진압 작전 지원에 나섰는데, 사원 내부의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인력거꾼으로 위장 잠입했다. 이때 그가 파악한 사원 내부 정보는 진압 작전 성패를 갈랐다. 당시 정부는 사원 내부에 시크 반군들이 40명에 불과하다고 판단, 직접 공격을 하려했다. 하지만 도발은 적어도 200명 이상이 있다는 정보를 제공, 정부의 오판을 막았다. 결국 급습 계획 대신 물과 전기를 끊는 등 시간을 계속 끄는 압박작전을 폈고 반군들은 9일만에 스스로 항복했다.
그가 파키스탄에서 블랙 요원으로 7년간 거주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인도와 앙숙관계인 파키스탄을 겨냥한 스파이 활동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사용되는 우르두어에 능통했는데, 블랙요원으로 7년 동안이나 파키스탄에서 살았다. 힌두교도 상징이 그려진 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성형수술도 받았다.
최근 인도는 인접국인 파키스탄, 중국 등을 상대할때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는데, 이같은 대응에 도발 안보보좌관의 풍부한 현장경험들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도발의 대외 성향에 대해 “민족주의적 아젠다에 집중하고 또 군사적으로도 팽창정책을 지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인도의 외교 안보 행보는 이와 무관치 않다. 인도는 지난 8월 말 미국과 논의 12년만에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했다. 해상에서도 미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인도 공군은 최근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36대를 구매했다. 중국과 파키스탄과의 관계에서 힘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디 총리가 그의 외교정책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안보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현장감이 이전 국가 안보좌관들과 달리 신뢰성과 경험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가 안보와 외교정책을 스파이가 이렇게 마음대로 주물러도 되냐는 것이다. 때문에 모디 총리가 그를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공격이 심심찮게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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