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건강 문제로 모처럼 반격의 기회를 잡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건강을 소재로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트럼프는 12일(현지시간)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 주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번 주중에 구체적인 건강검진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힐러리가 9·11 추모행사에서 건강 문제로 몸을 휘청이는 모습이 포착된 것을 공세의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다 같이 상세한 건강기록을 공개하는 것은 어떤가”라며 힐러리를 압박했다.
힐러리 진영에서는 조만간 상세 건강기록을 추가 공개하겠다면서 방어에 나섰다. 브라이언 팰런 힐러리 캠프 대변인은 방송에서 “힐러리의 건강에 관한 상세 정보를 조만간 공개하겠다”면서 “밝혀진 대로 폐렴 외에 현재 갖고 있는 병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68세의 힐러리와 70세의 트럼프 모두 건강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여론의 판단이다. 올해 대선이 역대 최고령 대선후보 간 대결로 진행됨에 따라 건강 문제는 대선에서 주요 쟁점이 됐다.
트럼프는 매일 아스피린과 콜레스테롤 관련 치료제인 리피토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건강과 관련해 4단락짜리 허술한 주치의 소견서 정도만 공개된 상태다.
힐러리는 지난 해 7월 2장짜리 건강기록을 공개했다. 2012년 12월 장염에 걸려 뇌진탕 증세를 일으켰다가 후속검진에서 혈전이 발견돼 한 달여 동안 업무를 중단했다는 기록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간의 언론보도와 회고록 등을 종합해 보면 다리와 두개골 등에서 3차례 혈전이 발견됐으며 혈전용해제인 쿠마딘을 상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클린턴 정부 당시 중앙정보국(CIA)을 이끌었던 제임스 울시 전 국장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면서 힐러리에게 또다른 악재로 등장했다. 공화당과 보수진영 내에서 반(反)트럼프 인사들이 힐러리 지지를 선언한 경우는 다수 있었지만 민주당 진영에서 트럼프 지지선언이 나오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평생 민주당원이었던 울시 전 국장은 ‘이메일 스캔들’을 거론하면서 “힐러리는 기밀과 안보를 지키는 측면에서 CIA를 이끌 만한 능력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에 대해서는 “우리가 직면한 위협의 엄중함을 잘 이해하고 있고 비밀 유지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울시 전 국장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직하던 1993∼1995년 CIA 국장을 지냈으며 앞으로는 트럼프 외교·안보고문단의 일원으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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