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제3국에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외교관은 영국에 주재하면서 체제 선전을 담당했던 태용호 공사라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16일(현지시간) 북한 대사관 내 서열 2위에 해당하는 고위급 외교관인 태용호 공사가 망명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태용호 공사는 가족과 함께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했고, 대사관에 있는 런던 서부에서 아내 등 가족과 함께 몇 주 전 증발했다.
BBC방송의 서울·평양 특파원이자 태 공사와 친분이 있는 스티브 에번스를 인용해 태 공사가 올 여름 임기를 마치고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태 공사는 북한을 홍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으며,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가 외부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영국 공산당 모임 등 극좌 모임에서 이같은 주장을 연설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태 공사가 평양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할 때 전화를 걸어야 하는 통로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과도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북한에 관한 보도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 런던의 한 좌파 서점에서 한 연설에서 “기자들을 욕하지는 않는다”며 “북한 기사를 있는 그대로 써도 방송, 신문 데스크들이 뜯어고친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태 공사의 제3국 행을 직무에서 마음이 떠난 것으로 해석했다.
태 공사의 자녀들은 근처 공립학교에 다녔고 이들 중 한 명은 그 지역의 한 테니스 클럽에서 열심히 활동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태 공사의 막내 아들과 같은 반인 루이스 프리어(19)를 인용해 이들 가족이 7월 중순께 망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태 공사는 200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에서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외교 무대에 나서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중고등학교 재학 중 중국에서 유학하면서 영어와 중국어를 습득했고, 귀국해 평양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어 1호양성통역(김정일 총비서 전담통역 후보)로 뽑혀 덴마크에서 유학했으며 1993년부터는 덴마크 대사관 서기관으로 일했다.
1990년대 말 덴마크 주재 대사관이 철수하면서 스웨덴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귀국해 EU 담당 과장으로 승진했다.
영국 외무부는 보도내용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BC방송은 외무부와 북한 대사관 측이 관련 내용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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