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표 조직문화’를 낳아 인사관리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 받는 라즐로 복 인사담당 수석부사장(SVP)이 구글을 떠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포천·비지니스 인사이더 등은 복이 구글에 입사한 지 10년만에 회사를 떠나기로 했으며, 이후 다른 회사에서 일할 계획이라 보도했다. 그의 자리는 구글의 영국·아일랜드 지사 영업·관리 부사장인 아일리 노턴이 이어받는다.
복이 머물던 지난 10년 내내 구글은 포천이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기업’에 올랐으며 그 중 7년은 1위를 기록했다. 1위 비결은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다. 전체 근무시간의 20%는 직원이 스스로 원하는 업무에 쓰게 만드는 ‘20%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014년 구글이 임직원들의 성별, 인종별 구성비 등 상세한 ‘다양성 지표’를 공개한 것도 복의 아이디어다. 이후 이런 다양성 지표 공개는 애플, 페이스북, 야후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으로 퍼져나갔다. 복이 이룩한 구글의 인사정책은 실리콘밸리를 넘어 전세계 기업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최근 삼성이 복잡한 직급체계를 4단계로 간소화한 것도 구글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구글 인사혁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본사 ‘구글플렉스’도 있다. 늘 최고급 식단을 제공하는 구내식당과 세탁소·피트니스 센터 등 부대시설을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다. 약 14만달러(약 1억5950만원)에 달하는 높은 평균연봉도 빼놓을 수 없다. 복은 직원들의 사명의식도 중시하는데 이는 과거 “일의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윤리와 책임에 중점을 두고 직원을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이 이처럼 파격적인 대우를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면밀한 채용과정을 거쳐 직원을 선발하는 덕이다. 구글은 채용과정에서 10~20번 정도의 면접을 치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같은 부서에서 일할 사람들은 물론 전혀 상관 없는 부서와도 면접을 봐야 하며, 이들은 업무지식·인지능력과 함께 구글다움(Googleyness)을 기준으로 입사지원자를 평가한다. 복은 작년에 출간한 저서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원제 Work Rules!)‘를 통해 “채용 뒤 교육·훈련을 통해 구글의 기업 문화를 이식하기보다는 처음부터 구글의 기업 문화를 잘 이해하는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자 애쓴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이 유독 성공적인 인수합병 사례가 많은 것이 독특한 조직문화 덕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글은 2010년 이후 수십조원을 투입해 150여개의 기업을 사들였다. 안드로이드·유튜브 등 현재 구글 수익의 상당부분을 맡고 있는 업체들은 인수 당시만 하더라도 성공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지 못하던 곳들이다. 그러나 구글은 피인수 기업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화학적 결합을 이뤄냄으로써 이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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