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잔류파인 테리사 메이(59) 영국 내무장관이 차기 영국 총리로 확정되면서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소프트 브렉시트란 점진적인 브렉시트를 말한다. EU 잔류파인 메이가 신임총리가 되면서 서둘러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협상에 나서지 않는 한편 영국과 EU간 관계 재설정도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소프트 브렉시트 기대감에 금융시장도 환호했다. 11일 달러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메이 장관과 집권 보수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던 강경 탈퇴파 앤드리아 레드섬(53) 에너지 차관의 경선 포기 선언직후 강세로 돌아섰다. 증시도 강하게 상승했다.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 올랐고, 독일과 프랑스 증시도 안도랠리를 펼치면서 각각 2.12%, 1.76%씩 큰폭 뛰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캐머런 총리와 함께 EU잔류를 주장했던 메이 장관은 이날 ‘리스본조약 50조’ 연내 발동은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 영국이 EU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 2년안에 나머지 EU회원국과 탈퇴 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끝내야 한다. 영국이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미루면 미룰수록 브렉시트 시점이 지연되는 셈이다. 다니엘 베르나차 유니크레딧 이코노미스트는 “메이 신임총리는 EU 잔류를 지지한다”며 “때문에 시장은 메이 신임총리가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온건파들은 영국이 EU 탈퇴를 서두르지 않고, EU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유지하기를 원한다. 이동의 자유 제한과 관련해 EU에 다소 양보를 하더라도 금융서비스를 포함한 EU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브렉시트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이와관련해 잔류파는 브렉시트가 불가피하다면 ‘노르웨이 모델’형으로 EU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르웨이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럽 단일시장에는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바클레이즈 등 투자은행들과 영국 현지 언론은 메이 신임총리가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과 나머지 EU국가들간의 상품과 서비스 교역을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U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이 기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영국에 있는 EU 시민들에게도 기존 권리를 보장해 주는 등 이민자 관련 정책도 유화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소프트 브렉시트는 현 상태에서 큰 변화를 겪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소프트 브렉시트 기대감이 커지면 파운드화값이 바닥에서 벗어날 것이고, 암울한 영국 경제 전망도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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