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런던 위상이 흔들리자 유럽 주요 금융도시들이 잇따라 금융허브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럽 각국은 런던에서의 탈출을 고려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기관을 상대로 세금 감면은 물론 우수한 인프라, 영어구사능력 등 장점을 내세우며 뜨거운 구애를 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은 우선 100여명의 주요 직원들을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런던에서 3개 지점을 운용하며 25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피텔리티가 런던 탈출에 시동을 건 것이다. JP모건 체이서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모건 스탠리까지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런던에서 다른 EU 국가 도시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런던에 있던 유럽은행감독청(EBA)의 다른 유럽 도시로의 이전을 추진 중이다. 세계 금융의 중심이자 런던의 특별행정구역인 ‘시티 오브 런던’에서 근무하는 36만명의 직원 중 10만명이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즈(NYT)와 파이낸셜타임즈(FT)는 런던을 대체할 수 유럽의 금융 도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스트리아 빈,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 등을 꼽았다. 각 도시마다 장·단점이 뚜렷한 가운데 각국 정상들도 글로벌 금융기관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를 런던을 대체할 금융허브로 만들고자 감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금융 부문을 ‘적’이라고 부르고 ‘부유세’까지 신설했던 올랑드 대통령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는 “파리를 좀 더 매력적인 금융허브로 만들도록 세제를 비롯해 각종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리코 레타 전 이탈리아 총리는 “파리와 프랑크푸르트 못지않은 장점이 밀라노에 있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협회인 ‘프랑크푸르트 마인 파이낸스’는 “프랑크푸르트는 안정된 금융센터로서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다. 유로존 내 영업을 하는 새로운 둥지를 찾는 금융기관들을 품을 수 있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영국의 컨설팅그룹 Z/Yen이 산정 ‘포스트(post) 런던 도시’ 순위를 발표했다. NYT는 △영어구사력 △ 일자리 등 규제환경 △교통 인프라 △주거 및 사무공간 등 최적의 입지 순위를 점수로 매겼다. NYT 분석 결과 1위는 암스테르담이 60점 만점에 55점을 받아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프랑프푸르트(54점), 빈(51점), 더블린(50점), 파리(43점), 룩셈부르크(40점), 밀라노(24점) 순이었다.
암스테르담은 인구의 90% 이상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고 넷플릭스와 우버, 텔사 등이 암스테르담에 지사를 두고 있어 인터넷은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 허브들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다. 아울러 유럽 주요 항구인 암스테르담항이 있어 항공은 물론 해상 물류까지 가능하다.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본부와 유럽보험 당국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도시 규모는 런던 보다는 작지만 물가가 더 싸고 올해 컨설팅업체 머서가 실시한 살기 좋은 도시 평가에서 7위에 올랐다. 더블린은 EU 내 유일한 영어권이라는 강점이 있다. 게다가 법인세도 낮다. 전 세계 주요 더블린의 국제금융서비스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금융기업들의 50% 이상이 이미 더블린에 지사를 두고 있다. 파리는 ‘규모의 경제학’을 설파하고 있다. 유럽 2위 규모의 증시를 자랑하며 유로존 채권의 35%가 이곳에서 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룩셈부르크도 강력한 경쟁자다, 룩셈부르크는 143개 은행이 진출하면서 운영 자산이 8000억유로(약 1032조원)에 이르고 있다. NYT는 런던 금융계 고위관계자 말을 인용해 “런던 금융계 종사자의 40% 가량이 런던을 떠나고 그에 딸린 식구까지 감안하면 대부분이 고소득층인 런던 금융계는 수십만명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금융허브 안착에는 획기적인 인프라 확충에 5~10년이 걸리겠지만 런던을 대체할 새로운 허브는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장원주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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