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영향으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수 있다는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25일 제기됐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당초 전망치는 3%지만 브렉시트의 악영향이 올해 세계 성장률을 0.2%포인트이나 끌어내릴 것으로 관측한 셈이다.
문제는 영국의 EU 탈퇴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내년이다. 2017년 3.4% 세계 성장률을 전망한 모건스탠리는 브렉시트 충격 정도에 따라 0.3~0.7%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유럽과 영국은 내년 성장률이 당초 전망에 비해 최대 1.5~1.8%포인트나 급락할 수 있다는 암울한 분석을 내놨다. 브렉시트 파장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1~2년 이상 계속될 악재라는 얘기다.
26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기 전인 23일 63조8137억달러에서 24일 61조2672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하루 만에 전체 시가총액의 4% 가량인 2조5465억달러(약 3000조원)가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 증시 하락 정도가 가장 컸던 사건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몰락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지난 2008년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5거래일 동안 전 세계 시가총액의 16.67%가 줄어들었다. 이어 2010년 5월 유럽발 재정위기(-7.77%), 2016년 1월 위안화 기습절하(-6.51%) 순이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과 유로존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각각 1%포인트와 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도 브렉시트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도이체방크 투자보고서는 향후 1년간 미 달러화 가치가 10%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 GDP 성장률이 1년간 0.4%포인트 낮아지고 3년간 1.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더라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는 한층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브렉시트 여파로 미 연준의 다음 금리인상 시기를 오는 9월에서 12월로 늦춘다”고 밝혀 올해는 많아야 1번임을 시사했다. 그는 “불안한 시장 여건은 미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더욱 헤아리기 어려운 건 기업들의 경제 심리”라고 말했다. 금리를 올리기는커녕 내려야한다는 주장도 불거지고 있다.
브렉시트로 엔고와 주가 폭락이 이어지면서 일본도 큰 시름에 빠졌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즈호종합연구소는 브렉시트 여파로 향후 1년 동안 일본 GDP 성장률이 0.1~0.8% 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건 기업이다. 노무라증권의 구와하라 마키 이코노미스트는 “달러당 100엔을 밑도는 수준의 엔고가 정착되면 국내 생산활동 채산성이 맞지 않아 설비투자가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대기업인 도요타는 당초 올해 1달러 105엔, 1유로 120엔을 상정하며 영업이익이 전기보다 40% 줄어든 1조7000억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엔고가 지속돼 1달러 100엔, 1유로 110엔이 될 경우 추가로 2000억엔(약 2조3000억원) 정도의 이익이 더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 실적 악화는 지난 3년 동인 지속돼 온 임금상승을 가로막고, 주가 폭락과 소비심리 악화로 이어져 결국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아베노믹스 목표를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금융청, 재무성, 일본은행은 25일 오후 임시 회의를 열고 시장 동향과 금융기관 대응현황을 점검하는 등 시장 안정방안을 논의했다. 일본은행은 달러 조달에 지장이 없도록 공급량을 늘리기로 했다. 중국도 비상대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브렉시트로 인한 ‘검은 금요일’을 예견한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25일(현지시간) 기고전문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를 통해 영국을 포함한 유럽 실물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로스는 “(세계 각국) 금융기관들이 (영국에서) 유로존의 허브 지역으로 사업장과 인력을 옮기면 영국은 고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EU가 생기기 전보다도 더 좋지 않은 상태로 추락할 수 있는 무질서한 분열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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