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철강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에 500%가 넘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된 냉연강판이 적정가격 이하에 판매돼 미국 철강업계에 피해를 줬다는 결정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가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된 냉연강판에 부과한 관세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ITC 결정에 따라 상무부는 중국산 냉연강판에 대한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중국과 일본산 제품에 반덤핑관세를 물리게 된다.
지난해 7월 US스틸, AK스틸, 아르셀로미탈 등 미국 철강 기업들은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로 종업원 1만2000명 이상을 해고해야 했다며 ITC에 제소했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정부보조금을 받는 중국 철강 업체들이 미국에서 원가 이하로 판매하면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중국산 철강에 522% ‘폭탄 관세’ 부과를 물리기로 했다. 미 상무부는 일본산 철강에도 71.35%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번 판단은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에 자국 업체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철강업계는 지난해 ITC 제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익이 감소하자 인력 감축을 확대해왔다. 지난 4월 US스틸은 미국 내 공장 2곳이 폐쇄하고 전체 인원의 25%를 해고했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중국 철강에 반덤핑 관세 266%를 부과키로 한 예비판정을 522%로 크게 늘리면서 중국 철강을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시켰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6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서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으로 인한 저가 공세가 미국의 일자리르 빼앗고 있다”며 “지속적인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모두 미시간·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 등 ‘러스트 벨트(낙후된 중서부 공업지대)’로 불리는 지역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알려져 있으나 트럼프가 보호무역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고 주장하면서 백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지지세력이 형성되고 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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