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큰손들이 물가와 연동돼 금리가 조정되는 물가연동국채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이후 국제유가가 반등세를 지속하면서 미국 물가도 바닥을 찍고 오름세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와 연동해 국채 원리금이 조정되는 채권이다.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이자를 더 지급하기 때문에 앞으로 물가가 상승할 개연성이 커지면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물가연동국채 매수세가 급증하면서 지난주 미국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가 0.26%까지 하락, 최근 1년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년물 국가연동국채 가격이 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셈이다.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채권 수요가 몰리면 금리는 떨어지고 가격은 상승한다.
미국의 지난 1월 물가상승률(근원 PCE 물가지수)은 전년 동월대비 1.7%를 기록,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물가 목표치 2%에 근접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까지 포함한 PCE 물가지수도 전년 동월대비 1.3% 상승, 지난 2014년 10월 이후 가장 큰폭으로 올랐다. 향후 물가상승률 기대치를 의미하는 BEI(breakeven inflation rate)도 가파른 오름세다. BEI는 만기가 같은 일반 국채와 물가연동국채간 금리차다. 미국 10년물 BEI는 1.62%로 작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악사(AXA)인베스트먼트매니저의 채권분석가인 크리스 이고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후 올해 4차례로 전망됐던 연준 금리 인상 횟수 전망치가 2차례로 낮춰진 건 연준 긴축 정책이 늦춰질 것이란 의미”라며 “그만큼 물가 상승 여지가 더 커진 셈”이라고 밝혔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격도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40달러를 돌파, 유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물가상승에 일조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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